세계적 화장품社 로레알 최대주주, 베탕쿠르 95세로 굴곡진 삶 마감
“어머니는 평화롭게 떠나셨다.”
프랑수아즈 베탕쿠르 메예르는 어머니인 릴리안 베탕쿠르가 21일(현지 시간) 파리 자택에서 사망한 사실을 알리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그를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었던 비운의 여성”으로 기억한다. 9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유명 화장품 회사 로레알그룹 최대 주주의 인생은 죽음만큼 평화롭지 않았다.
로레알 창업주인 외젠 쉴레르의 외동딸로 1922년 10월 파리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사람들에게서 “불쌍하고 작은 부자 소녀”로 불렸다. 5세 때 엄마를 잃었고 15세부터 아버지 회사에서 일해야 했다.
1957년 아버지가 사망한 후 로레알을 물려받은 그는 사회당 집권으로 로레알이 국유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보유 지분 절반가량을 네슬레에 위탁하고 네슬레 지분 3%를 받아 이후 로레알과 네슬레는 특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외동딸로 외롭게 자란 그는 1953년 유일한 핏줄인 외동딸 프랑수아즈를 낳았지만 궁합이 잘 맞지 않았다. 매혹적이고 사교적인 엄마와 달리 지적인 피아니스트이자 그리스 신화 문집의 작가였던 딸을 향해 엄마는 “차가운 아이”라고 묘사했다.
모녀의 갈등은 2007년 중재 역할을 하던 앙드레 베탕쿠르가 죽은 후 폭발했다. 프랑스 전역을 몇 년간 떠들썩하게 했던 ‘베탕쿠르 사건’이 터졌다. 그의 친구이자 유명 사진작가인 프랑수아마리 바니에는 저택에만 머물던 그의 곁에 붙어 10억 유로(약 1조3500억 원)를 가로챘다. 딸 프랑수아즈는 “정신적으로 약해진 어머니가 약탈자 무리에 싸여 있다”며 바니에를 형사고발했지만 그는 “딸이 미쳤다”며 바니에 편을 들었다.
2011년 법원은 딸의 손을 들어줬다. 실제 그는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이 심각한 상태였고, 정신이 약해질 때마다 바니에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은 그의 돈과 생명보험 수혜자를 바꾼 사실이 드러났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