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메르스 첫 발견 자키 박사
19일(현지 시간) 이집트 카이로 아인샴스대 교정에서 만난 알리 무함마드 자키 박사. 그는 메르스 진단 샘플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외부로 유출했다는 이유로 당시 일하던 사우디의 사립병원에서 해고됐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립 솔리만파키 병원에 소속돼 있던 자키 박사는 그해 9월 20일 전 세계 연구소와 의료기관들이 감염병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든 인터넷 경보시스템 프로메드(proMED)를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 변종의 출현을 알렸다. 그로부터 나흘 뒤 세계보건기구(WHO)는 메르스의 존재를 공식 발표했다. 사우디 등 전 세계에 퍼진 메르스는 지금까지 5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자키 박사가 사우디의 작은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메르스를 처음 발견한 건 놀라운 일이었다. 심한 호흡기 증상을 보이던 환자 한 명이 그해 6월 13일 그가 일하는 병원에 입원했다. 환자의 상태는 급성폐렴과 신부전으로 급속히 악화됐고 결국 입원 11일 만에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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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불명 바이러스에 감염된 카타르 출신 환자를 치료 중이던 영국 세인트토머스 병원의 의료진은 이튿날 자키 박사의 메모를 확인했다. 그의 연구를 토대로 새롭게 테스트한 결과 카타르 환자가 보유한 바이러스는 사우디에서 사망한 환자와 99.5%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키 박사는 30년간 바이러스를 연구하며 그중 20년을 사우디에서 보냈다. 그는 1994년 사우디에서 뎅기열을 처음 진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키 박사는 자신이 처음 발견한 메르스의 존재가 WHO를 통해 전 세계에 공표된 다음 날 사우디에서 쫓겨났다. 외국인인 그가 바이러스 샘플을 나라 밖으로 보내고 해외 연구원들에게 공개적으로 바이러스의 위험을 경고한 것을 사우디 당국이 문제 삼은 것이다.
그는 메르스 사태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한국 의료시스템의 취약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자키 박사는 “내가 알기로 첫 번째 환자가 병원 7곳을 방문했지만 메르스 진단을 받지 못했고 많은 사람을 전염시켰다”며 “초기에 감염성 관리가 전혀 안 돼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메르스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같은 감염병 관리는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다”며 “국가재난사태를 겪지 않으려면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