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세계’ 직접 관찰-제어 움직임 활발
육종민 KAIST 교수팀은 그래핀 터널을 이용해 투과전자현미경에서 흐르는 액체 속에 있는 물질도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예컨대 산성과 알칼리 액체를 번갈아 흘려보내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육종민 KAIST 교수 제공
눈에 보이기는커녕 존재하는지도 알 수 없는 세계를 봐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원자나 분자 같은 물질의 기본 단위 수준을 관찰할 수 있다면 그 다음에는 그 크기에서 제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육종민 KAIST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DNA에서 염기 서열을 직접 하나하나 바꿀 수 있게 되거나 인공 강우에 쓰이는 핵을 자연에서 만들어지는 빙정핵과 똑같이 만들 수 있게 된다”고 나노 세계를 관찰하는 기술이 개발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 나노 세계 관찰의 화두는 정확하게, 실시간으로, 모든 과정을 볼 수 있는 기술에 집중돼 있다. 투과전자현미경은 세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최신 관찰법이다. 이론적으로 피코미터(pm·1pm는 1조분의 1m)급 해상도를 가지고 있다.
그래핀 그물을 이용하면 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해 백금 결정이 자라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이때 백금 입자들의 움직임을 관찰해 얻은 자료로 결정의 3차원 구조를 재현할 수 있다. 사이언스 제공
투과전자현미경을 활용해 이현욱 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는 리튬-황 배터리 내부를, 장재혁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전자현미경연구부 선임연구원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내부 반응 과정을 관찰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육 교수의 다음 연구 목표는 액체를 자유롭게 흘려보낼 수 있도록 현미경 내부에 그래핀 터널이 있는 미니 실험실을 만드는 것이다. 육 교수는 “그래핀 터널을 이용하면 바이러스를 살려둔 상태로 주변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핀 터널 안에 바이러스를 둔 채로 산성 용액이나 염기성 용액을 번갈아 흘려보내면서 실시간 변화를 관찰할 수도 있게 된다는 것이다.
초고성능 거대 현미경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방사광 가속기도 나노 세계를 관찰하는 장비다. 20세기 초반에 개발된 X선 회절법을 이용한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활용에 들어간 4세대 방사광 가속기는 현존하는 장비 중 물체의 구조를 가장 정확하게 볼 수 있다.
X선을 레이저로 만들면서 정확도는 더 높아졌다. 기존에는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 수백 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크기로 결정을 만들어야 했다. 단백질 같은 생체 물질은 결정으로 만들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3세대 방사광 가속기는 수백 μm까지 키운 결정만 관찰이 가능했지만 4세대 방사광 가속기에서는 그의 1000분의 1크기인 수백 nm 크기만 돼도 단백질 분자 모양을 알아낼 수 있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