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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맡아달라는 전두환사령관에… 아버지 ‘네가 뭔데, 건방진 놈’ 호통”

입력 | 2017-09-21 03:00:00

신현확 前총리 장남 철식씨 부친의 육성 증언 엮어 책 출간




“1979년 12·12쿠데타를 앞두고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은 ‘최규하 대통령을 체포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신군부는 총리직을 수행 중이던 내 부친을 대통령으로 추대하려고 했다.”

신현확 전 국무총리(1920∼2007)의 장남인 신철식 우호문화재단 이사장(63·전 국무조정실 정책조정차장)의 말이다.

신 이사장은 20일 부친의 생전 육성녹음 증언을 엮은 책 ‘신현확의 증언’(메디치)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아버지는 전두환 사령관을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을 맡아주셔야 되겠다’는 말을 듣고는 ‘네가 뭔데 일국의 재상에게 대통령을 맡으라 마라 하느냐, 건방진 놈’이라고 호통을 쳤다”고 했다.

신 전 총리는 이승만 정권에서부터 전두환 정부 출범 때까지 총리, 부총리 등 차관급 이상 주요 공직을 여섯 차례 맡았다. 이 책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사건, 12·12쿠데타, 5·18민주화운동 등 질곡의 현대사에 대한 그의 증언이 담겼다. 신 전 총리가 생전 40시간에 걸쳐 구술한 20개의 녹음테이프를 바탕으로 정리한 책이다.

책에 따르면 신군부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국가 권력을 장악하려 시도한 것을 방조한 죄목으로 최 대통령을 체포하려 했다. 신 전 총리는 “헌법에 따라 선출된 대통령을 누가 무슨 권한으로 체포한다는 말이냐”며 반대했다.

책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추진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원안이 1공화국 당시 신현확 부흥부 장관 체제에서 이미 마련됐고 12·12부터 ‘서울의 봄’에 이르는 5개월 동안 ‘3김(金)’이 가장 견제했던 인물이 전두환이 아닌 신 전 총리였다는 내용도 실려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신 이사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도 정치적으로 중요한 고비마다 아버지에게 자문을 했다”며 “1987년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 이후 민주화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됐을 때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에게 직선제 개헌을 골자로 한 ‘6·29선언’을 제안했으며, 1990년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과의 3당 합당을 조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1989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아버지를 청와대로 불러 ‘(재벌들로부터) 자금을 받아 모은 게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며 “아버지는 돈을 돌려줘야 재벌들이 정권에 협조할 것이라고 조언했으며 일부 재벌 회장이 돈을 돌려받았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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