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노트 상품기획팀 뒷얘기
15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모바일연구소 내 갤럭시 스튜디오에서 강병진 프로(왼쪽)와 김규홍 프로가 갤럭시 노트8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무선사업부 상품기획팀을 15일 수원사업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상품기획팀은 소비자 조사를 토대로 제품의 기초 콘셉트를 잡고, 사용자들의 사용 패턴을 분석해 소비자 손에 실제 기기가 쥐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총괄하는 팀이다.
강병진 프로는 갤노트7 상품 기획을 담당했던 부장이다. 여전히 ‘단종’이라는 단어는 차마 입에 올리지 못하겠다는 그는 “그 사태”라고만 언급하며 1년 전을 회상했다. 강 프로는 “언팩 행사 전에 글로벌 주요 통신사업자들에게 제품을 먼저 보여주는데 그때 반응을 보면 감이 온다. 갤노트7은 그 어떤 노트 제품보다도 대박 조짐이 보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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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후 며칠은 언론의 찬사와 회사 사람들의 축하 인사를 받느라 정신없이 바빴다고 한다. 하지만 좋은 날은 채 일주일도 못 갔다. 딱 5일 만인 8월 24일 첫 발화 소식이 들려왔다. 강 프로는 “그때만 해도 간단하게 생각했다. 사업부장이 전량 회수를 발표했을 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는 불만도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그 결정이 신의 한수였다”고 했다.
당시 입사 5년 차 주니어 실무 담당자였던 김규홍 프로는 “소비자 안전 차원에서 배터리 용량을 강제 제한했는데도 갤노트7을 계속 고집하는 소비자들을 보면서 미안한 마음에 더 속이 상했다”고 했다. 이런 충격과 고통의 시간이 무선사업부 전반에 ‘차기작은 진짜 잘 만들자’는 오기에 가까운 다짐을 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다짐은 수차례 했지만 그래도 막상 다시 시작하니 두려움의 감정이 가장 컸다. 지난해 10월 고동진 사장이 모바일 홀에 무선사업부 직원들을 모아놓고 “저는 괜찮습니다. 제가 흔들려서 되겠습니까”라고 말할 때는 눈물이 핑 돌았을 정도였다고 한다. 강 프로는 “천당 갔다가 지옥으로 떨어지는 게 이런 느낌일 것 같았다. 사람들이 다들 위로를 해주는데 죄인이 된 느낌에 죽을 맛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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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프로는 “이전까지는 다들 ‘그래서 새로운 게 뭐냐’며 혁신성에 집중하는 분위기였다면 갤노트7 사태 이후에는 보다 근본적인 기능에 더 주력했다”고 했다. 갤럭시S8에서 처음 적용했던 대화면 전면 디스플레이를 갤노트8에도 그대로 적용했고 S펜 사용률을 더 높일 수 있도록 손편지 쓰는 느낌을 살린 ‘라이브 메시지’ 기능을 더했다. 갤노트를 통해 다양한 창작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을 고려해 첫 듀얼 카메라를 적용했다.
갤노트8는 역대 노트 가운데 가장 많은 예약판매량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아직 웃기엔 이르다”는 이들은 “오래 기다려준 노트 팬들과 함께 지난해의 아픔을 노트8의 기쁨으로 극복하고 싶다”고 했다.
수원=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