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영 정책사회부 차장
이 내용이 신문에 보도되자 정부는 삼광중을 ‘사랑의 학교’로 지정했다. 당시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는 이 장애 학생과 교사들을 청와대로 불러 점심을 대접하며 반겼다. 얼마 안 가 김원길 보건복지부 장관이 학교로 찾아가 동판 현판식을 열었고 학생 아버지가 근무하던 군부대까지 찾아갔다. 장애인 편견을 극복하기 위한 좋은 사례라고 본다.
서울 강서구에 특수학교를 짓는 일을 두고 빚어진 주민과 예비 학부모 사이 갈등을 보니 16년 전과 비교해 장애인을 향한 의식이 나아졌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때 관련 정부 기관은 정말 ‘내 일’로 생각했는지 복지부도 교육청도 경쟁하듯 나섰다. 지금은 어떤가.
모자란 생각에 사로잡힌 이런 세태가 배워야 할 아이들 이야기가 있다. 장애인 학교인 국립 한국경진학교의 유치반 사연이다. 이 학급엔 자폐 등 발달장애 어린이와 일반 아이가 함께 다녔다. 같이 뛰놀고 같이 밥을 먹었지만 장애 친구들은 눈을 마주치지도 대답을 하지도 않았다. 이 과정에 다녔던 한 어린이를 취재하며 “불편하지 않았느냐”고 물은 뒤 들은 답변 요지다.
“아뇨, 다 친구들이라 좋아요. 그 친구들은 생각주머니가 작아서 그렇다고 선생님이 그랬는데요∼. 우린 다 친해요.”
장애인은 나와 조금 다를 뿐 같이 살아가는 동반자요 친구라는 점을 아이들은 몸으로 배웠고 배려를 실천했다. 이런 교육적 효과가 알려진 덕분에 이 과정에 들어가려는 일반 아이 경쟁률은 10 대 1을 넘나들었고 추첨일 주황색 공을 뽑은 학부모는 명문대 합격증을 받아 든 것처럼 기뻐했다. 알면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지만 애써 외면하면 ‘생각주머니 작은 친구’가 무슨 말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하며 평생을 편견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장애인학교를 혐오시설로 보는 사람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알려주어야 하는 게 요즘 정치가 해야 할 일 아닌가. 표를 생각하면 외면하겠지만 나라의 미래를 고민한다면 어떤 말과 행동을 해야 할지 답안지는 나와 있다. 생각주머니가 작은 사람과는 더불어 살고 싶지만 표만 헤아리고 ‘엉뚱한 생각주머니만 큰’ 무리와는 영원히 떨어져 살고 싶을 뿐이다. 지난해 말 기준 등록장애인은 251만100여 명에 이른다.
이동영 정책사회부 차장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