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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하종대]중국의 동북공정과 오랑캐

입력 | 2017-09-14 03:00:00


중국 역사에서 이민족은 배타와 멸시, 공포의 대상이었다. 동서남북의 오랑캐를 일컫는 동이(東夷), 남만(南蠻), 서융(西戎), 북적(北狄)이라는 글자 속에 짐승이나 벌레 또는 무기가 들어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자칫하면 분열할 수 있는 56개 민족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서다. 과거 이민족 역사를 자국사로 편입하는 ‘동북공정(東北工程)’도 이런 정치적 의도에서다.

▷“왕망이 나라를 건국한 AD 9년 동서남북의 이민족들이 사신을 보내왔다. 동쪽에서 온 나라는 현도, 낙랑, 고구려, 부여였다.”(한서 권99 중 왕망전) 중국 역사서에 처음으로 고구려가 등장하는 대목이다. 중국이 최근 펴낸 ‘동북고대민족역사편년총서’의 고구려편 첫 장이다. 왕조별로 펴낸 역사총서는 중국은 물론 한국의 역사서까지 샅샅이 뒤져 연대별로 정리했다. 과거엔 남의 역사로 치부해 무시했던 이민족 역사를 하나하나 찾아내 자국 입맛에 맞게 꿰맞추고 있다.

▷중국은 이번 총서에서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에 이어 백제까지 자신들의 고대사에 포함시켰다. 총서에 포함된 왕조 중 거란(契丹)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한민족이 세운 왕조다. 중국의 백제 역사 편입은 고구려의 경우와 의미가 다르다. 중국이 현재의 영토 안에서 일어난 모든 역사를 자국사로 보는 ‘속지주의 역사관’에서 벗어나 한반도에서 건국된 고대 왕조까지 자국사로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총서는 백제가 만주에서 건국된 부여의 일파라는 점을 들어 백제 전기(前期)는 자국사라고 강변했다.

▷현재 동북공정에 참여 중인 학자는 200여 명에 이른다. 한국사 연구 학자는 1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중국 정부는 5년 기한의 한시적인 동북공정 프로그램이 2007년에 마무리됐다고 주장하지만 실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중국만이 주장하는 속지주의 역사관이나 일사양용론(一史兩用論·한 역사가 두 국가에 동시에 속할 수 있다는 주장) 등 동북공정의 기본 논리조차 제대로 반박하지 못하고 있다.

하종대 논설위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