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소비습관 바로잡아라’… 방송가 ‘절약 新예능’에 주목
9일 방송된 KBS 2TV ‘김생민의 영수증’에서 김생민(사진)은 최근 49만8000원짜리 라이더 재킷을 구입한 남성을 이렇게 꾸짖는다.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이 자신의 영수증을 사연과 함께 보내면 그 지출 명세를 분석해 잘못된 소비 습관을 지적해준다. 김생민이 과소비를 꾸짖을 때 하는 말인 ‘스튜피드’가 2030세대 유행어가 됐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절약하고 아끼는 면모의 연예인이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부터 유행 중인 ‘탕진잼(돈을 탕진하며 느끼는 재미)’, ‘욜로(you only live once·현재의 행복을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 라이프’와 대비되는 또 다른 경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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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상민도 SBS 예능 ‘미운우리새끼’에서 짠돌이 이미지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얼마 전 ‘궁셔리(궁상+럭셔리) 여행’이라며 5만9000원에 일본 후쿠오카를 방문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과거 거액의 빚을 져 파산에 이르렀던 적이 있는 그는 “즐기는 데 돈을 많이 들일 필요가 없다”면서 배를 타고, 캡슐호텔에 자는 등 초절약 여행 방법을 소개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이상민 일본 최저가 여행, 나도 했다’며 관련 후기도 올라왔다. 시청자들은 “여행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비행기처럼 수하물 무게 제한도 없다”거나 “직장인들은 퇴근 후 바로 가서 탑승 수속을 하면 딱 맞는 시간”이라며 추천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불황기를 사는 젊은 세대의 이중적 면모라고 분석했다. 25∼35세 젊은층 소비자들은 현재를 즐기는 욜로족의 삶을 동경하지만 한편으론 이런 판타지를 깨뜨려주고 미래에 투자하도록 이끌어 주는 선생님의 출현을 반가워한다는 것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사람들의 개별적인 취향이 발달했으나 그에 비해 욜로족으로 살 수 있는 돈은 충분히 없는 것이 문제”라며 “거품이 많은 연예인의 삶보다 담백하고 성실한 연예인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