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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분청사기 묘지’ 19년 만에 국내로 돌아와

입력 | 2017-09-13 03:00:00

전기 고위 관직 지낸 이선제 묘지… 1998년 밀수범이 일본으로 반출
보물 지정된 4점보다 관직 높아




최근 국내로 환수된 ‘분청사기 묘지’. 조선전기 문신 이선제의 생애와 가족관계가 상감기법으로 새겨져 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국내 밀수범이 도굴해 일본으로 반출시킨 조선시대 ‘분청사기 묘지(墓誌·죽은 사람의 행적을 새긴 것)’가 19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조선 전기 고위 관직을 지낸 이선제(1390∼1453)의 분청사기 묘지를 일본인 소장자로부터 기증받아 국립중앙박물관에 인도했다”고 12일 밝혔다. 이선제는 세종 때 사관으로 고려사를 개찬한 데 이어 집현전 부교리로 태종실록을 편찬했다. 이어 강원도관찰사와 호조참판, 예문관 제학 등 고위 관직을 두루 지냈다.

조선 전기 묘지 중 현재 보물로 지정된 것은 삼성미술관 리움 등에 소장된 4점에 불과하다. 이번에 환수된 묘지는 분청사기에 상감기법으로 지문을 새긴 위패(位牌) 모양이다. 몸체 밑 부분이 두 개의 판으로 나뉘고 굽다리가 연꽃잎 무늬로 장식되는 등 독특한 양식으로 제작돼 보물급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또 이미 보물로 지정된 묘지 4점보다 고인(故人)의 관직이 가장 높다.

총 248자를 새긴 명문에는 고인의 생애와 가족관계, 관직 등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지금껏 이선제의 생몰연도마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환수된 묘지를 통해 정확한 연도와 가족관계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 묘지는 광주 무덤에서 도굴된 뒤 1998년 6월 김포공항을 통해 불법으로 밀반출된 사실이 그해 검찰 수사에서 뒤늦게 드러났다. 앞서 같은 해 5월 부산 김해공항의 한 감정관이 묘지 반출을 막고 그린 모사도 한 장이 환수에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재단 측이 일본인 소장자 도로키 다카시 씨를 만나 환수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불법으로 반출된 문화재임을 보여주는 증거로 쓰였기 때문이다.

모사도의 존재를 확인하고 환수를 이끈 강임산 재단 협력지원팀장은 “박물관에 무상기증을 흔쾌히 승낙한 소장자와 광산 이씨 문중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