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관현악단 지휘 맡은 임헌정 교수 28일 국립극장서 마스터피스 공연… ‘바르도’ ‘영원한 왕국’ 등 선보여
서울 중구 장충단로 국립극장 대나무 숲 앞에서 만난 임헌정 지휘자.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25년간 이끌었던 임헌정 서울대 교수(64)는 뚝심의 지휘자다. 국내 교향악단이 거의 시도해보지 않았던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1999∼2004년),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 연주(2014∼2016년)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그가 이번엔 국악관현악단의 지휘봉을 든다. 28일 오후 8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국립국악관현악단 2017 마스터피스―임헌정’이란 공연이다. 그가 국악 지휘봉을 잡은 것은 2015년에 이어 두 번째. 그는 국악에 문외한이지만 아쟁과 해금, 가야금 연주를 직접 들으며 소리의 차이를 연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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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임헌정 씨는 “아쟁은 첼로와 소리가 비슷하고, 가야금은 하프와 소리가 비슷한 느낌”이라며 “국악은 소리의 여운과 여백을 느껴야 하기 때문에 마이크 없이 깨끗한 소리를 내는 자연음향으로 연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 국립극장에서 국립국악관현악단을 처음 지휘할 때 모습. 국립국악관현악단 제공
“소리가 너무 많으면 중요한 소리가 뭔지 모릅니다. 타악기나 태평소가 나오면 가야금, 거문고 소리가 다 사라져버려요. 가야금이 한꺼번에 아르페지오를 하는데 하프 10대가 함께 치는 것 같았어요. 소리를 솎아내며 연습하다 보니 점차 깨끗한 소리가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무대에서 마이크로 확성을 하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자연음향으로 해보자고 설득했죠.”
그의 2015년 ‘자연음향’ 국악 공연은 섬세한 밸런스와 곡 해석으로 국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최근에는 서초동 국립국악원 우면당도 마이크를 전혀 쓰지 않는 자연음향 홀로 바뀌었다.
그는 “모든 예술의 최종 단계는 단순화”라며 “백화점 명품점에 가도 꼭 한 작품만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악관현악단 단원들에게 과도한 농현(弄絃·줄을 위아래로 눌러서 연주하는 장식음)도 자제해 줄 것을 부탁했다고 한다.
“북한 작곡가 최성환의 ‘아리랑 환상곡’을 연습하는데, 맨 처음부터 ‘아∼∼∼리랑, 아∼∼∼리랑’ 하는데 농현을 넣더라고요. 여러분의 관습도 존중하지만 그래도 저와 처음 만났으니 첫 두 마디만 농현을 참아달라고 했어요. 저는 브루크너 교향곡을 하면서도 ‘논(non) 비브라토’를 많이 시켰어요. 화장하지 않은 순수한 소리가 더 감동을 주는 경우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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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국내 오케스트라가 해외에 나가서 연주할 곡은 아직도 안익태의 ‘한국 환상곡’ 정도밖에 없다”며 “서양오케스트라 곡보다는 국악관현악에서 국내외 작곡가에게 의뢰해 창작하는 작품이 한국을 대표할 현대음악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2만∼5만 원. 02-2280-4114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