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7월말 시위자제 탄원서 8월 17일엔 침묵시위 개최… 하루 평균 2.4→0.7건으로 감소
지난달 17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 사거리에서 주민들이 ‘집회 시위 제발 그만!’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청와대 인근 집회의 소음에 불만을 토로하는 침묵시위를 벌였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인근에서 만난 박모 씨(73)는 최근 동네가 부쩍 ‘조용해졌다’며 반색했다. 주민센터 일대는 청와대 사랑채 앞과 함께 ‘시위대의 성지’라 불리며 늘 시위대가 북적이던 곳이다. 지난달 17일 주민들이 ‘청운효자동 집회 근절 촉구 집회’를 개최한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찰청이 6일 공개한 ‘청운효자동 집회신고 현황’에 따르면 5월 10일부터 지난달 16일까지 99일간 주민센터 인근에만 241건의 집회와 행진이 열렸다. 하루 평균 2.43번이나 시위대가 다녀간 셈이다. 반면 지난달 17일부터 보름동안 열린 집회는 11건(하루 평균 0.73건)에 불과했다. ‘집회 근절 집회’ 이전과 비교할 때 집회 수는 30% 이하로 줄었다.
급기야 촛불집회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던 주민들이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잦은 집회 문제를 해결할 청운효자동주민대표단을 꾸렸고 7월 말 종로경찰서에 ‘동네의 안전과 평온을 위해 집회·시위를 제한하라’며 탄원서까지 제출했다. 대표단은 지난달 14∼16일 주민 피해사례 접수를 받았다. 17일 주민들은 ‘집회시위 제발 그만’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큰 소리를 내는 시위에 항의한다는 뜻으로 ‘침묵시위’를 벌였다.
시위대에 대한 소송도 불사하겠다던 주민도‘캠페인을 통한 계도’로 마음을 돌리기 시작했다. 주민대표단 관계자는 “집회도 일종의 의사표현이다. 존중한다”며 “질서를 지킨다면 집회 수가 다소 늘더라도 주민들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