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 브람스(왼쪽 사진)와 안토닌 드보르자크. 동아일보DB
분량도 압도적이었지만 브람스는 그 낱낱의 작품이 드러내는 탁월한 예술성에 감탄했습니다. 시골풍으로 소박함이 드러나면서도 인간의 깊은 내면을 표현하고, 화음이나 악기 사용법에 있어서도 치밀하지 않은 부분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젊은 안토닌 드보르자크는 오스트리아 정부가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작곡가가 되었습니다.
그 뒤 ‘제국 장학금 수혜 작곡가’ 드보르자크와 만난 브람스의 도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작품을 출판하던 짐로크 출판사에 드보르자크를 소개해 줘 그의 작품이 안정적으로 출판되고 소개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한 가지, 브람스는 젊은 작곡가 드보르자크의 생활이 안정될 수 있도록 매우 실질적인 ‘팁’ 하나를 주었습니다. “내가 피아노 연탄곡(두 사람이 피아노 한 대에 앉아 치는 피아노곡)인 ‘헝가리 춤곡집’을 썼더니 악보가 잘 팔리더란 말일세. 자네는 슬라브 민족인 보헤미아 출신이니 ‘슬라브 춤곡집’을 써보게.”
오늘(5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피아니스트 문용희 & 탁영아의 함께 가는 길’ 연주회에서도 슈베르트 환상곡 f단조, 모차르트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D장조 등과 함께 드보르자크 ‘슬라브 춤곡’ 중 세 곡이 연주됩니다. 두 피아니스트는 스승과 제자로 만나 이제는 미국 명문 음대에서 나란히 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브람스와 드보르자크의 각별했던 사이처럼, 두 음악가의 나란히 달리는 네 손이 아름답습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