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폭풍’ 맞은 금융시장
북한의 도발에 한국 경제가 출렁이고 있다. 이전에도 북한의 핵실험이 있을 때마다 한국 금융시장은 휘청거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제자리를 찾았다. 학습효과를 통해 투자자들은 북한 리스크를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로 여겼다.
하지만 이번 6차 핵실험의 충격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더 크고 오래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북한의 핵실험 여파가 실물경제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며 시장 점검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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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도 이번 파장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국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를 낸 게 대표적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이번 핵실험을 계기로 국제금융시장 전반에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JP모건은 “핵실험을 통해 북한의 핵기술 향상이 확인된 만큼 한국물의 단기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콩의 한 딜러는 “북한이 그간의 모습과 다른 행보를 나타내 한국을 비롯한 국제금융시장의 위험회피 성향이 고조될 것이 분명하다”고 내다봤다.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부정적인 전망이 주류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북한의 핵실험 때는 코스피가 10일 안에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에는 북한이 핵실험 성공을 공식화했고 미국이 대북정책을 초강경 기조로 전환할 수 있는 만큼 충격이 다소 장기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 리스크는 우선 이달 9일 북한의 건국절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의 통화정책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가능성 등 다른 경제 이슈까지 가세하면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지난해까지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제한적이고 단기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평가를 반복했던 경제 당국도 최근에는 긴장감을 부쩍 높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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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된 북한의 도발에 새 정부가 출범 이후 제시한 ‘경제성장률 3%’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들어 북한은 13차례에 걸쳐 18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처럼 북한의 위협이 일시적인 사건이 아니라 상시적인 리스크가 된 상황에서 국내 소비와 투자가 모두 ‘냉각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하반기 들어선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고 수출도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 상황에서 북한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금융이 실물경제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도 커지며 결국 정부가 목표로 한 ‘3% 성장’도 물 건너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신민기 minki@donga.com / 세종=박재명 / 송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