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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가 정한 레드라인 김정은엔 무의미” “北, 시진핑이 美와 대화 주선하길 기대”

입력 | 2017-09-04 03:00:00

[김정은 核 폭주 6차 핵실험]해외 전문가들의 시각




“이번 핵실험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보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충격을 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정은은 시 주석이 트럼프에게 ‘김정은과 마주 앉아 대화하라’고 말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

피터 헤이스 미국 노틸러스연구소 대표는 시 주석이 야심 차게 준비한 브릭스(BRICS) 정상회의 개막일에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단행한 이유를 이같이 분석했다. 그는 “김정은은 미 정부를 대화에 이끌어내는 지렛대를 갖고 있지 않지만, 시진핑은 워싱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진짜 힘을 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장롄구이(張璉괴) 전 중국 중앙당교 교수는 “북한 핵실험은 대화하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다는 의미로 보인다”며 “(북한이) 사실상 중국과 한국, 미국의 대화 제의를 거절했다고 볼 수 있다”고 상반된 해석을 내놓았다. 장 교수는 “중국은 계속 대화를 제의하긴 어렵고 앞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추가 결정에 따라 조처할 것”이라며 심지어 “대북 경제제재는 효과가 없으며, 미국이 북한을 직접 타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관측까지 내놓았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해외 전문가들도 핵실험 강행 의도와 향후 대응을 놓고 갑을논박을 벌였다.

미국 참여과학자연맹(UCS)의 미사일 전문가 데이비드 라이트 박사는 “북한은 일본 상공으로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긴 했지만 수개월간 핵실험을 자제해 왔다”며 “이제 이 같은 억제를 끝내기로 결정한 듯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실험으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대북 외교적 해법을 추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존 델러리 연세대 교수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했다고 해서 한반도 정세가 근본적으로 변하진 않는다”며 “이번 사태를 뒤늦게라도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할 기회로 삼을지 무력 과시, 유엔 제재, 세컨더리 보이콧(제3국 제재) 같은 노선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는 트럼프 행정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제임스 마틴 미 핵무기확산방지 연구센터(CNS)’의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연구자인 멜리사 헨햄은 “우리는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는 사실보다는 그들의 핵개발 속도에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慶應)대 명예교수는 “이번 핵실험은 미국이 정한 ‘레드라인’은 이미 의미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며 “앞으로 대북 제재를 강화하면 오히려 북한을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끌어 동반자살이라는 선택을 하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히라이와 슌지(平巖俊司) 일본 난잔(南山)대 교수는 “북한은 괌 주변에 대한 미사일 발사 협박과 일본 상공을 지나는 미사일 발사로 미국의 반응을 봐 왔고, 결국 이번 타이밍에 핵실험을 해도 괜찮겠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은 자신들의 능력에 회의적 시선을 보내는 국제사회에 힘을 과시했고 앞으로 9일 정권수립일을 맞아 새로운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베이징=윤완준 / 도쿄=서영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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