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과 전쟁/아자 가트 지음/오숙은 이재만 옮김/1064쪽·5만3000원·교유서가
저자는 채집을 해왔던 인류의 역사가 인간에게 전쟁 본능을 장착시켰다고 주장한다. 20세기 초까지 채집 생활을 한 오스트레일리아의 아룬타 부족의 모습. 교유서가 제공
저자는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의 아자 가트 교수다. 그는 “여덟 살 때인 1967년 6월, 아랍과 이스라엘의 6일 전쟁이 일어났다”며 “전쟁이라는 주제는 그 무렵부터 나의 독서와 생각에서 중심을 차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책은 저자가 9년간 전쟁이란 주제에 매달려 연구해 온 역작이다. 전공인 군사학뿐 아니라 동물행동학, 진화심리학, 인류학, 고고학, 역사학, 정치학 등 다양한 학문의 관점을 통해 ‘전쟁’의 본질을 소개한다.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진화론의 관점에서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200만 년 전 인류가 출현한 이후로 최근 1만 년을 제외한 199만 년간 모든 인간은 농경이 아닌 수렵을 생존 방식으로 택했다. 이 기간 동안 동물이 생존을 위해 투쟁하듯 채집생활을 하던 인간도 ‘생존’과 ‘번식’을 위해 경쟁하고 싸움을 벌였다. 저자는 인간의 생물학적 본능이 인류 역사의 99.5%를 차지하는 채집사회에서 형성됐고, 이로 인해 공격성이 인간 본성에 자리 잡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전쟁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걸까. 저자는 공동이익을 약속하는 연대와 공조를 통해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방대한 전쟁사에 대한 소개에 비해 결론은 다소 싱거워 보인다. 하지만 전쟁을 일부 관점이 아닌 인류 전체의 역사로 조망해 분석한 책은 많지 않다. 안보와 국방에 관심 많은 이들에게 훌륭한 참고서가 될 것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