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꽂이에 요리까지 당장 시집가도 되겠어.’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다니) A씨, 의외의 여성성을 보여주었다.” 국내 TV 예능·오락프로그램에 등장한 자막과 출연자의 발언이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양평원)은 지난달 1~7일 일주일간 국내 TV 예능·오락프로그램의 성차별 내용을 조사한 결과 32건을 적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4사, 케이블 3사의 예능·오락프로그램 중 시청률 상위프로그램 33편이었다. 문제가 된 성차별 발언은 대부분 남성 출연자가 했다.
성차별적인 내용은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외모지상주의에 관한 것들이 많았다. 한 지상파 인기 예능프로그램에선 여성 출연자가 꽃꽂이와 요리하는 모습을 선보이자 ‘시집가도 되겠다’는 자막을 내보내 성역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보여줬다. 한 종편의 예능프로그램에서도 남성 출연자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다고 하자 “여성성을 보여줬다”고 말해 가사노동이 여성의 일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여과 없이 방영했다. 한 케이블 방송의 개그프로그램에서는 나이트에 놀러온 여성이 재력가 남성에게 과한 관심을 보이는 모습을 연출해 여성을 남성 의존적이고 허영심을 가진 존재로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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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무숙 양평원장은 “예능·오락프로그램 속 출연자들의 발언은 물론이고 제작자의 주관이 개입된 자막에서도 성차별적인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며 “방송 프로그램 제작진들이 건강한 웃음을 생산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힘써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