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주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미군의 블랙호크(UH-60)는 개발 후 초기 2만 비행시간 동안 10여 건의 사고를 겪었고 3만 비행시간 동안에는 20여 건의 사고가 있었다(미 육군 항공의학 연구소 보고서). 수리온은 아직 정확한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비행 추정시간 2만∼3만 시간에 언론에 나온 사고 건수는 8∼10건이다. 외산 명품 헬기를 포함해 현재 개발되고 있는 모든 회전익 항공기는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이런 시행착오들을 겪으며 개량돼 왔다.
감사원이 대표적으로 지적한 수리온의 결함 중 하나는 체계 결빙 시험 누락이다. 미국에서 실시한 체계 결빙 시험에서 101개 항목 중 29개 항목이 불합격을 받았음에도 일선 부대로 다시 납품돼 배치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알려진 대로 전문가 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조치였다. 블랙호크를 포함한 타 기종들도 전력화 후 3∼5년이 지나서야 체계 결빙 시험을 통과하는 수순을 밟았다.
수리온 개발 과정에서 얻어진 원천기술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값진 것이다. 그러나 국민적 지지 없이는 어떠한 기술도 진가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지금은 개발 과정에서 나온 비리에 가려진 독자적인 기술을 더 가다듬고, 한평생 묵묵하게 헬기 개발에 헌신한 엔지니어와 조종사들을 격려할 때다. 그래서 더 안전하고 경쟁력 있는 제2, 제3의 수리온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
이덕주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