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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 City]서울속 작은 중국… 이국적 분위기 물씬

입력 | 2017-08-28 03:00:00

<12> 영화 ‘청년경찰’ 속 서울 대림동




영화 ‘청년경찰’에서 기준과 희열이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양꼬치 가게에서 중국동포 범죄집단과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 동아일보DB

혈기 넘치는 두 청년, 우연히 목격한 범죄에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의협심, 속 시원한 액션과 시의 적절한 웃음 포인트까지…. 관객 500만을 앞둔(26일 기준) ‘청년경찰’은 청춘 오락영화에 필요한 요소들을 갖췄다. 그러나 영화가 흥행가도를 달릴수록 마음이 불편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 영화의 주무대인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주민들이다.

경찰대 학생 기준(박서준)과 희열(강하늘)은 우연히 여성 납치 장면을 목격하고 그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여성이 납치된 곳이 바로 대림동의 양꼬치 전문점. 기준과 희열이 택시를 타고 “대림동으로 가달라”고 하자 운전사는 “(중국인 범죄가 많아) 경찰도 잘 안 들어오는 곳”이라고 한다. 영화 속 납치범들은 모두 사투리를 쓰는 중국동포(조선족)다.

27일 서울 영등포구 지하철 2·7호선 대림역 12번 출구 인근의 거리 모습. 중국어 간판을 달고 있는 음식점과 여행사 등이 즐비하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서울 속 중국으로 불리는 대림동은 실제 서울에서 중국인이 가장 많이 산다고 알려져 있다. 인구 5만2600여 명(지난달 기준) 가운데 30%인 1만6000명가량이 외국인이며 대부분이 중국동포다. 만남의 장소로 알려진 지하철 2·7호선 대림역 12번 출구 인근은 붉은 중국어 간판과 강한 향신료 냄새로 가득하다. 중국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대림동이 중국동포의 거점으로 성장한 지는 20년이 채 되지 않았다. 1990년대 한국에 온 중국인들은 구로구 구로공단 등지에서 일하며 쪽방촌이 많던 가리봉동에 정착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구로공단과 가리봉동이 재개발되자 가까우면서도 주택가가 잘 형성된 대림동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정착 초기에는 문화적 차이 때문에 기존 주민과의 갈등이 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중국동포가 밀집한 대림1, 2동에서는 강력범죄가 자주 일어났다. 2012년에는 영등포경찰서가 중국교포들에게 “칼을 비롯한 흉기 휴대는 법으로 금지돼 있다”는 전단을 배포할 정도였다. 쓰레기를 무단으로 배출하는 등 생활습관도 달라서 ‘지저분하다’는 인식도 확산됐다.

하지만 대림동에 사는 중국동포들은 “다 옛날얘기”라며 억울해하는 분위기다. 2008년 이곳에 정착한 ‘중국동포 2세’ 김모 씨(33)는 “동포들도 치안이 좋은 한국 생활에 적응해 이제는 칼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나름대로 자정 노력을 하고 있는데 아직도 대중문화에서는 범죄 집단으로만 묘사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중국동포들은 이 동네와 자신들의 부정적 이미지를 스스로 바꾸려고 경찰과 함께 자율방범대를 꾸려 격주로 합동순찰을 벌인다. 경찰도 2013년부터 대림동을 ‘외사(外事)치안 안전지역’으로 지정해 특별관리하고 있다. 영등포구는 외국인이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지난해 7월 서울시 최초로 다문화지원과를 신설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대림동에서 벌어진 5대 범죄(살인, 강도, 성폭력, 절도, 폭력)는 2015년 상반기 624건에서 올해 상반기 471건으로 2년 만에 24.5% 줄었다. 또 중국 본토의 이색적인 분위기가 인기를 모으면서 상가 임대료는 급증하고 있다.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청년경찰’을 본 사람들은 대림동을 따뜻하게만 보기는 어렵다. 국내 중국동포 단체들은 영화사에 사과를 요구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이들은 23일 ‘중국동포, 다문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한국 영화 바로 세우기 범국민대책위원회’를 꾸리고 28일 대림동 중국동포타운 바로 알리기 홍보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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