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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도서관]바라던 걸 얻어도 상처는 계속 생겨나게 마련…‘그 집 앞’

입력 | 2017-08-24 16:13:00


‘이제 나는 그 애들에게 대답할 수 있다. 사랑은, 다 만든 인형 같은 것이다. 만들 때는 이리저리 설레고 꿈을 꾸는 듯하지만, 일단 형태를 갖추고 나면 인형은 독자적인 생명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만든 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
결혼도 그러했다.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결혼은 이미 만들어진 인형을 손에 쥔 듯한 낭패감을 때때로 선물했다. 대체 나는 어쩌자고 이런 걸 만들었담.’

-이혜경 소설 ‘그 집 앞’ 중에서

이혜경 씨는 가장 가까운 이들인 가족으로 인해 상처받고 갈등하는 여성의 내면을 소설에 담는 데 관심을 기울여왔다. 동아일보DB


‘사랑의 완성’이 결혼이라고 누가 그랬는지. ‘그 집 앞’의 화자도 그런 줄 알았다. 사내 단합대회에서 만난 동료 사원에게 마음을 뺏겼고, 단합대회 마치기 하루 전날 남자가 돌아간 걸 알고는 편안하면서도 허전했다. 그 여성은 사랑하고 결혼에 이르는 것이 그 허전함을 완전하게 채우는 거라 생각했다.

남편이 된 남자는 중년이 됐고 점차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상황이다. 함께 사는 시어머니는 소실의 딸인 화자에게 ‘집안 근본’을 따지며 며느리의 마음을 힘들게 해왔다. 남편이 청력을 잃어가는 것도 부부 궁합이 안 맞아서라며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짐을 지우는 듯하다. 화자는 ‘결혼이란, 다 만들어진 인형 같다’고 생각한다. 만든 이 마음대로 할 수도 없고, 어쩌자고 이런 걸 만들었나 싶은 마음도 들게 되는. 그러나 시어머니 역시 소실의 딸인 것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화자는 “다시 한 번, 다시 한 번 살아내리라”고 다짐한다.

사랑을 완성했다고 삶의 목표가 이뤄지는 건 아니다. 인형을 만들어 손에 쥐듯, 바라던 것을 얻은 뒤에도 상처는 계속 생겨나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결국 삶이란 그 자체로 상처를 끌어안고 나아가는 것임을 이혜경 씨는 이렇게 일러준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