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겠다는 약속에 변함이 없다”면서 두 가지 길을 제시했다. 먼저 국회 개헌특위가 마련한 안을 받아 국민투표에 부치거나, 그게 안 되면 정부 내 개헌특위를 만들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민주권적 개헌’을 역설하며 그 요체로 지방분권과 국민기본권 강화를 꼽았다.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지 모르지만”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유보했다.
문 대통령의 개헌 약속 이행 의지는 분명한 듯하다. 어떤 내용이든 어떤 방법이든 내년 6월 13일 지방선거 때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일단 국회에 개헌안 마련을 맡겨두되 합의가 안 되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겠다는 2단계 계획을 제시하며 지금으로선 국회 논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올해 초 가동을 시작한 국회 개헌특위도 내년 2월 개헌안 마련을 목표로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두 차례 여론조사와 대국민 원탁토론회도 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 말대로 국민기본권과 지방분권 강화에는 국회에서도 대체로 공감대를 이뤄가고 있다. 여야가 안전권·소비자권리·건강권 등 기본권 조항 신설과 평등원칙·약자보호 강화에 동의하고 있다. ‘서울공화국’을 깨기 위한 지방분권 문제에도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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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말 추락한 대통령을 보며 한결같이 개헌을 외치다가도 새 대통령이 뽑히면 언제 그랬냐는 듯 넘어간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문 대통령도 대선 때 4년 중임제 선호 입장을 밝힌 것 말고 집권 후엔 권력분산을 위한 개헌에는 그다지 의지를 보이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대로 가면 대통령 권력분산에는 손도 제대로 못 대는 제한적 개헌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제도적 뒷받침 없이 지도자의 선한 의지에만 맡겨뒀다간 또다시 실패한 대통령을 낳을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권력이 정점에 있을 때 그 권력을 나눠 제도화하는 역사를 일궈 제왕적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