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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모험축구 잊어라…‘이기는 축구’만이 살 길

입력 | 2017-08-16 05:45:00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 스포츠동아DB


엔트리 ‘23+3’명 소집…선의의 경쟁 치열

신태용(47)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 팀은 항상 공격적이었다. 다양한 전술옵션을 두루 활용하면서도 전방에 무게를 실은 조합으로 승리를 노렸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성남일화(현 성남FC)에서 그랬고,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도 마찬가지였다. 2017년 6월 국내에서 벌어졌던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또한 비슷한 과정을 밟았다. 1골을 내주면 2골, 2골을 내주면 3골을 뽑아 이기는 경기에 초점을 맞췄다.

물론 시행착오도 많았다. 실패도 잦았다. 특히 토너먼트에서 유독 약했다. 올림픽과 U-20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이후의 토너먼트 단판대결에서 조기 탈락하는 징크스 아닌 징크스가 생겼다. 그래도 볼거리는 충분했다. 활발한 공격전개로 재미를 줬다. 결실이 2% 아쉬울 뿐, 과정과 내용은 합격점을 받을 만 했다. 좀더 긴 호흡을 갖고 준비할 여건이 보장된다면 보다 높은 위치를 바라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심어줬다.

지금 한국축구는 큰 위기에 봉착했다.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여정에서 극도로 부진한 흐름이다. 4승1무3패(승점 13)로 월드컵 본선 자동출전권을 받는 조 2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낙관하기 어려운 처지다.

8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이란과의 홈 9차전, 9월 5일(한국시간) 타슈켄트에서 진행될 우즈베키스탄 원정 10차전은 몹시 부담스럽다.

신 감독의 요청으로 대한축구협회가 한국프로축구연맹에 국가대표 조기소집 차출 협조를 구한 사실에서 다급한 처지가 드러난다. 모든 운명이 걸린 A매치 2연전에 나설 26명 엔트리가 8월 14일 공개됐다. 신태용호 1기다.

2017∼2018시즌을 맞은 유럽·중동 리거들은 FIFA 규정대로 이란전 사흘 전인 8월 28일 합류하고 K리그 및 중국 멤버들은 8월 21일부터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강화훈련을 시작한다.

처음이자, 어쩌면 (예선 탈락하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소집이다.

아슬아슬한 외줄에 오른 신 감독은 이미 자신을 버렸다. “사활이 걸린 A매치 시리즈다. 무조건 이기는 축구를 한다. 부연설명이 필요 없다. 그라운드에 설 11명과 벤치의 모두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싸워야 한다. 평소보다 한 발 더 뛰고 훨씬 집중해야 한다.”

축구대표팀 이동국-염기훈(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대한축구협회


투혼의 한국축구를 부활시키겠다는 의지다.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화려한 경기력도 필요 없다. 대표팀 엔트리 면면에서‘어떻게든 이기는 축구’를 향한 열망이 드러난다. 대표팀에서 가장 깊은 족적을 남기고 있는 손흥민(25·토트넘 홋스퍼)∼기성용(28·스완지시티)∼구자철(28·아우크스부르크) 등은 물론이고, 염기훈(34·수원삼성)∼이근호(32·강원FC) 등 이전 월드컵에 출전한 베테랑들을 대거 불러들였다.

여기에 K리그 클래식의 원톱 전북현대에서 이동국(38)∼김신욱(29)∼이재성(25)∼김진수(25)∼김민재(21)∼최철순(30) 등 가장 많은 6명을 호출했다. 김보경(28·가시와 레이솔)∼김기희(28·상하이 선화) 등 전북의 우승시대를 경험한 전북출신 선수들까지 포함하면 무려 10명이다.

과감한 실험과 모험보다 경험과 안정, 호흡이 필요한 타이밍에서 당연한 선택이다. 전북은 숱한 역경을 딛고 아시아 무대를 평정한 우승 DNA가 있다. 울리 슈틸리케(63·독일) 전 감독이 이끈 대표팀의 부진이 계속될 때마다 축구계에서는 “외국인 선수를 뺀 전북을 그대로 출전시켜도 이보다는 잘할 것”이라는 지적이 흘러나온 것도 그래서다. 7월 초 부임한 신 감독의 동선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매 라운드 K리그 현장을 돌면서 전북의 경기를 가장 많이 챙겨봤다. 단점도 있겠지만 짧은 시간 내 조직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편임에 틀림없다.

이기기 위한 신 감독의 또 다른 선택은 ‘+3’이다.

출전명단에는 23명의 이름이 오르지만 26명 전원이 우즈베키스탄 원정까지 함께 한다. 훈련만 동참하는 붙박이 벤치멤버가 아닌, 선의의 경쟁을 위한 결정이다. 과거 슈틸리케호는 예비 엔트리를 선정해 공개했지만 오히려 악영향을 끼쳤다. 신 감독은 “소집기간 내내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 경기 당일까지 꼼꼼히 챙겨 엔트리를 결정하기 위해 넉넉한 인원들을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유비무환(有備無患)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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