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웨스트버지니아주 공공기관에서 일했던 패멀라 테일러는 백악관 안주인의 교체에 대해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품위 있고 아름답고 위엄 있는 퍼스트레이디를 갖게 돼 기운이 난다. 하이힐을 신은 원숭이를 보는 것에 신물이 난다.’ 여기에 “정말 빵 터졌다”는 댓글로 맞장구친 한 소도시 시장은 결국 사임했다. 오바마 여사는 “8년 동안 이 나라를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는데도 피부색 때문에 아직도 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고 개탄했다.
▷미국 사회의 백인우월주의는 여전히 힘이 세다. 퍼스트레이디조차 피부색으로 인한 인종 차별은 피해갈 수 없다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12일(현지 시간)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나치 깃발을 흔드는 백인우월주의 시위대로 인해 촉발된 폭력사태를 봐도 알 수 있다. 3명이 죽고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면서 버지니아주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면에서 드러난 이 지독한 증오와 편견, 폭력을 최대한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고 말했지만 역풍을 맞았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백인우월주의를 콕 집어 비판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간 발언이란 지적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