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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공관병을 노예처럼 부린 4성장군 부부

입력 | 2017-08-05 00:00:00


국방부가 어제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대장) 부부의 공관병에 대한 ‘갑질’ 의혹이 대부분 사실이라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관병 손목에 호출기를 채우고 사령관 부인은 칼로 도마를 내리치며 부엌일을 제대로 못한다고 위협했다는 등의 군인권센터 폭로는 조사 대상자들의 일치된 진술로 사실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박 사령관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형사입건하고 군검찰 수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자체 징계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형사입건한 것은 선임자가 3명이 안 돼 징계위원회 구성을 못 할 만큼 최고위 장성이기 때문이라니 더 실망스럽다.

박 사령관은 2015년 9월 대장 진급 후 두 달 뒤 안보 강연을 위해 모교인 천안고를 방문할 때 대구에서 헬기를 타고 이동한 사실도 밝혀졌다. 지역부대에선 운동장에 흙먼지가 나지 않도록 살수차까지 동원했다니 공사를 구분하지 않는 습성이 몸에 밴 듯하다. 특히 박 사령관 부인의 폭언과 갑질은 국방의무를 다하는 장병들에 대한 인격모독이자 용서할 수 없는 인권유린 행위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박 대장에게 “부인과 관련해 주의를 하라”고 구두 경고하는 데 그쳤다니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어느 부모가 자식을 남의 집 머슴 노릇이나 하라고 군대에 보냈겠는가. 2년 동안 노심초사하면서도 건강한 몸으로 무사히 돌아와 주기를 바라는 수많은 부모들의 가슴에 대못질을 한 사람이 별 넷 장군이었다니 할 말을 잃는다. 미군은 3성 장군도 취사나 생필품 구입 등 사적 업무는 당번병 도움 없이 자신이 알아서 한다. 군대 내 폭행 사건이 잇따르자 국방부는 2014년 11월 ‘군 인권 개선 및 병영문화 혁신 특별위원회’를 구성했으나 정작 옴부즈맨 제도나 군 사법개혁 제도는 막판에 빼버렸다.

인품과 리더십을 겸비한 군인도 적지 않다. 하지만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군인이 있는 한 유사 사고는 재발할 수 있다. 공관병이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분명히 하는 직무기술서를 마련하고 이를 철저히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 선진적인 병영문화 정착 노력 없이는 강군(强軍)이나 국방개혁은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