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좋아하는 그림이라서 좋아하는 거, 아니야.” 영화 ‘타인의 취향’(1999년). 유튜브 화면 캡처
대개 그런 식의 발언을 하며 살아왔다. 사람들 생각이 어떻든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무언가에 대해 ‘내가’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그런데 그게 이제 조심스럽다.
어렸을 때 무슨 소설을 좋아했는지. 뭐라 답할까. 소설 내용보다는 작가의 인생 이력, 정치적 성향과 잇대어 ‘아 그 부류구나’ 바라볼 시선에 엮이고 싶지 않다. 안전한 대답은, “소설 잘 안 읽어요.”
아니나 다를까. 시간이 흘러 자연히 예스러워진 그의 취향에 대해 ‘구닥다리 스타일의 나열식 강권’이라는 비판이 들린다. 그를 좋아한 적 없지만 그를 통해 확인하고 다짐한다.
무색무취가 최선으로 여겨지는 세상. 뭐든 남몰래 혼자 하기로.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