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박찬욱 “50대에 헌정관 어색… 독립영화 도움 주려 응해”

입력 | 2017-07-31 03:00:00

서울 CGV ‘박찬욱관’ 개관식 찾은 박찬욱 감독




박찬욱 감독은 “투자나 캐스팅이 안 돼서 몇 년이고 영화를 못 만드는 것에 비하면 영화를 제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며 “앞으로 ‘박찬욱관’에서는 다른 곳에선 만날 수 없는 영화들을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CGV 제공

“젊은 나이에 헌정이라니, 어색하죠. 우리 세대 감독들이 60, 70대까지 현역으로 더 열심히 활동해서, 50대에 헌정 얘기는 다신 안 나오게 해야겠습니다.(웃음)”

27일 오후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박찬욱관’ 개관식이 열렸다. CGV아트하우스는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인 영화인들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아 이름을 딴 헌정관을 열고 있다. 지난해 임권택 감독관과 배우 안성기관을 연 데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개관식 현장에서 만난 박찬욱 감독(54)은 “헌정이라니 거창해 사양할까 했지만 앞으로 멀티플렉스에서 보기 힘든 독립영화를 지원하고 소개할 수 있는 기회란 생각에 응했다”고 했다.

최근 폐막한 칸 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을 맡는 등 바쁜 시간을 보낸 박 감독은 ‘아가씨’ 이후 차기작을 고심 중이다. “현재 할리우드 쪽과 제법 큰 이야기가 오가는 것도 있습니다. 동생 박찬경 감독과 단편 영화도 한 편 더 만들 생각이고요. 구체적인 건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아가씨’가 개봉한 지 1년도 넘어서 저도 빨리 하고 싶습니다.”

‘공동경비구역 JSA’부터 ‘올드보이’ 등 복수 3부작, 최근 한 관객이 111번이나 관람해 화제가 된 ‘아가씨’까지 영화를 만드는 족족 화제를 낳은 터라 관객들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이 버거울 법도 하다. “부담스럽진 않아요. 성격 자체가 그렇지 않아서…. 제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두 편 좀 시원찮은 영화가 나와도 좀 용서해주시지 않을까요? 사람을 언제나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걸 경험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영화를 만들면서 노력해도 뜻대로 안 되는 것으로 ‘유머’를 꼽았다. “제 영화의 폭력 같은 것이 관객을 압도해버리나 봐요. 물론 제 영화 속 유머는 고통과 힘듦을 배가시키는 유머이긴 하지만 관객들이 웃긴 장면에선 좀 웃어주시면 좋겠는데…. 부정적 감정이 느껴지는 장면이 이어지긴 하지만, 제 영화는 결국 다 따뜻한 인간적인 감정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박 감독은 최근 봉준호 감독이 영화 ‘옥자’를 통해 넷플릭스와 작업한 것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어느 감독에게 물어도 극장에서 상영을 못 하더라도 영화를 못 만드는 것보단 낫다고 할 것”이라며 “(나에게 비슷한 제안이 들어온다면) 고민스럽지만 결국에는 (넷플릭스와) 작업할 것 같다”고 했다.

헌정관이 개관할 정도로 그간 한국 영화에 묵직한 발자취를 남긴 만큼, 훗날 영화사에 어떻게 남았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는 겸손한 대답을 내놨다. “글쎄요. 제가 사실 어떤 책임감으로 일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그때그때 당면한 뭔가를 하나씩 해내는 일에 집중하면서 살아왔달까요. 어떻게든 남기만 했으면 좋겠어요. 비슷한 세계에 계속 안주하지 않았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이렇게 말이죠.”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