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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日 “에너지정책은 전문가중심 百年大計… 속도전 안돼”

입력 | 2017-07-29 03:00:00

[토요판 커버스토리]원전정책, 선진국선 어떻게 결정했나




프랑스는 원전과 관련해 한국과 가장 비슷한 처지에 놓인 국가로 꼽힌다. 석유 한 방울 안 나오는 프랑스는 1973년 오일쇼크를 겪은 뒤 자체 전력 수급을 위해 원전에 집중 투자했다. 덕분에 100% 원자력만으로 에너지 수급이 가능하고 연간 30억 유로(약 3조9000억 원)의 전력을 수출할 정도로 높은 경쟁력을 갖췄다. 그러나 2011년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이후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축소가 진행 중이다.

원전을 둘러싼 처지는 비슷하지만 정책을 결정하고 진행하는 방식은 차이가 크다. 우리 정부는 3개월 동안 공론화위원회를 가동해 여론을 수렴한 뒤 10월 말까지 신고리 5, 6호기의 운명을 결정할 계획이다.

프랑스는 원전 전문가들이 논의를 진행한다. 프랑스 원자력안전청(ASN)은 모든 원전을 대상으로 안전검사를 진행 중이다. 프랑스 원전의 4분의 3이 2027년이나 그 전에 수명이 끝나기 때문에 40년으로 정해졌던 수명을 연장해도 될지 판단하기 위해서다. 프랑스 정부는 내년 말까지 원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본도 2002년 제정된 ‘에너지정책 기본법’에 따라 약 3년마다 국가에너지 정책의 골격인 ‘에너지 기본계획’을 새로 짠다. 법안 수립 과정은 철저하게 전문가들이 주도한다. 전문가로 구성된 ‘종합에너지조사회’가 초안을 만들면 이 안을 바탕으로 정부와 여당이 협의하고, 최종 정부안을 각료회의에서 의결한다.

논의과정도 충분한 시간을 갖는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이듬해인 2012년 프랑스 대선에서 당시 좌파 사회당 후보였던 프랑수아 올랑드는 75%였던 원자력의 비중을 2025년까지 50%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그 공약의 청사진이 나올 때까지(2015년 8월) 3년 넘게 걸렸다. 국가 백년대계인 에너지 정책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여선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공론화위원회가 3개월 동안 여론 수렴을 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2011년 원전 폐기를 결정한 독일의 윤리위원회 사례(8주간 활동)를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절반만 맞는 얘기다.

독일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원전 논의를 시작했다. 1998년 좌파 정부인 사민당과 환경 녹색당이 공동정부를 구성하면서 2021년까지 원전 폐쇄를 결정한 적도 있었다. 당시 원전 사업자와 합의를 이끌어 낼 정도로 깊은 검토를 거쳤다. 이후 2005년 정권이 바뀌면서 원전 유지 쪽으로 선회했다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폐지로 최종 결정된 기나긴 과정이 있었다.

당시 독일 윤리위원회는 탈원전 입장의 전 환경부 장관과 친원전 입장의 연구재단 이사장을 공동위원장으로 선정해 균형을 맞췄다. 또한 1990년부터 꾸준히 신재생에너지 확충을 해 와 대체에너지 수급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선진국들은 원전 정책을 결정할 때 원전 폐쇄 여부만 따지지 않는다. 원전 폐쇄의 후폭풍으로 예상되는 에너지 수급 문제, 관련 종사자 실업 문제 등에 대한 종합 대책을 포함해 정부가 에너지 계획을 발표한다.

프랑스에선 2012년 대선 당시 올랑드 후보의 원전 축소 공약으로 시작한 논의가 2015년 8월 ‘에너지 대전환 정책’으로 발표됐다. 공약대로 2025년까지 원전을 중단하는 대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40%까지 올리고 화석연료 비중을 30%로 낮추는 내용이 포함됐다. 2050년까지 에너지 소비를 2012년 대비 절반으로 낮추고 신재생에너지와 10만 개의 직업을 창출하겠다는 로드맵까지 나왔다. 전력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 노후 원전을 폐쇄하되 최신형 원전은 예정대로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2012년 12월 일본 총선에서 압승해 정권교체를 이뤄낸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정부는 “무책임하다”는 이유로 전임 민주당 정부의 ‘원전 제로’ 정책을 모두 뒤집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민주당 정부는 이듬해 ‘2030년대 원전 제로’를 목표로 한 에너지 전략을 발표했지만 지지율 하락 끝에 단명했다.

아베 정권은 2014년 4월 원전 재가동 방침을 명기한 에너지 기본계획을 각의 결정했고, 2015년에는 2030년 총발전량의 비중을 원자력 발전 20∼22%, 석탄화력 26%, 재생가능 에너지 22∼24%로 할 것을 목표로 정했다. 이에 따라 2015년 센다이(川內) 원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5기가 재가동에 들어갔다.

파리=동정민 ditto@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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