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마음 꽃이 되고 고운 말은 빛이 되고/이해인 지음/176쪽·1만 원·샘터
이해인 수녀는 수첩에 ‘호수에 돌을 던지면 파문이 일듯이 말의 파장이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문장을 적어 놓고 종종 읽어본다. 샘터 제공
저자는 큰 감동을 받았다. ‘주님을 위해서 고통을 참아라’고 할 줄 알았는데 뜻밖의 인간적인 위로가 마음을 따뜻하게 달래준 것. 몸이 너무 아픈데, 문병 온 이들이 기도만 하자 야속한 생각마저 들었단다. 기도하기 전에 위로부터 건네줬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추기경의 그 한마디에는 위로는 물론 종교적 의미와 가르침이 담겨 있음을 느꼈다.
책에는 팍팍한 삶을 보드랍게 하기 위해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돼 있다. 화가 날 때 ‘뚜껑 열린다’ ‘꼭지가 돈다’ 대신 어떤 표현이 괜찮을지 수녀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으뜸으로 꼽힌 말은 ‘보통 일이 아니다’였다. 직장 상사를 욕할 때는 ‘독종이야’ ‘그 사람 때문에 죽을 맛이야’ 대신 ‘우리와는 다른 강한 면이 있다’ ‘워낙 특이한 면이 있다’로 순화시켜 보자고 말한다. 인품 좋기로 유명한 배우 안성기는 너무 미운 사람이 있으면 이렇게 한마디 한다.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안 씨가 할 수 있는 가장 거친 말이다.
저자는 일상생활에서 겪었던 일과 인상적인 순간을 녹이며 글을 써 내려갔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웠던 시기에 그를 일으켜 세운 것도 결국 다른 이들이 건넨 진심 어린 말 한마디, 마음을 담은 글이었다고 고백한다. 말하기에 대한 지침서가 아닌 따스한 에세이기에 여러 제안들은 어느 순간 스르륵 마음에 와 닿는다. 책에 실린 말하기와 관련된 저자의 시 14편은 차분하고 맑은 기운을 전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