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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간 마도로스 “7년째 팔색조에 푹 빠져”

입력 | 2017-07-28 03:00:00

‘뱀 먹는 팔색조’ 찍은 장성래씨
40년전 원양어선 타며 새에 관심… 남해에 어떤 새 사는지 찾기 시작
새 사진 찍기 위해 촬영기술 익혀… 10kg 넘는 장비 메고 수시로 찾아
“팔색조 첫 셔터 감동 못잊어”




새가 좋아 사진을 찍다가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게 된 장성래 씨는 위장망과 10kg 무게의 촬영장비를 짊어지고 수시로 산을 오른다. 그가 찍은 사진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이나 새 전문가들이 생태 연구에 활용할 정도다. 두번째 사진은 장 씨가 찍은 팔색조 한 쌍 사진. 장성래 씨 제공

이달 상순경 작고 예쁜 새 한 마리가 신문과 인터넷 뉴스 사이트를 장식한 적이 있다. 멸종위기종인 팔색조가 새끼에게 먹이로 줄 작은 뱀을 물고 있는 모습이 사진으로 찍힌 것. 문헌에는 있었지만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발견된 적이 없었던 장면이다. 이 사진을 찍은 사람은 공무원도 조류 전문가도 아닌, 그저 새가 좋아서 사진을 찍는 애호가였다. 경남 남해군에 사는 장성래 씨(61)가 그 주인공이다.

“올해 가뭄이 심했잖아요. 팔색조는 지렁이를 주로 잡아먹는데 날이 가물다 보니 먹이가 바뀌겠다는 생각을 하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죠.”

장 씨가 우리나라 최초로 찍은 사진이 우연이 아니라 지식과 경험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장 씨는 새 사진을 찍기 위해 도감 등을 읽어가며 새의 생태를 철저히 공부한다. 한 번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 산속에 위장망을 치고 열흘이 넘도록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꼼짝 않고 매복하는 일도 흔하다. 장 씨는 “관심이 있어서 공부하고 사진을 많이 찍다 보니 지역 신문에 연재도 하고 책도 쓰게 됐다”며 “지금은 조류학자인 윤무부 경희대 명예교수와도 자주 통화하며 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씨의 ‘새 사랑’은 40여 년 전 바다 한가운데서 싹텄다. 남해군에서 나고 자란 장 씨는 배를 좋아했다. 1976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원양어선에 올라 25년 젊음을 갑판에서 보냈다. 그때 타던 원양어선에 날아와 앉는 새들을 유심히 바라본 것이 시작이었다. “새에 관심이 생기고 나서 내 고향에는 어떤 새가 살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시작했죠. 그러다가 남해에 희귀종이나 천연기념물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요.”

장 씨는 새를 봤는데, 얘기해도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으니 사진을 찍게 됐다. 사진가들 사이에서도 최고 난도로 꼽히는 새 사진을 찍기 위해 촬영 기술을 익히면서 고가 장비에도 손대게 됐다. 지금 가진 카메라와 렌즈 등의 장비 가격은 모두 1000만 원 이상. 무게로 따지면 10kg이 훌쩍 넘는 장비들과 위장망까지 짊어지고 장 씨는 수시로 산에 오른다. 식구들이 혹시 싫어하거나 걱정하진 않는지 묻자 “술 담배를 안 해서 점수를 땄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행히 식구들도 환경이나 자연에 관심이 많아요. 새 사진을 찍고 돌아오면 같이 보고 가족들과 이야기하고 지냅니다.”

새 사진 중에서도 장 씨는 팔색조 전문이다. 그는 “알록달록한 깃털 색이 너무 예뻐 처음 사진을 찍을 때는 셔터를 어떻게 눌렀는지도 생각나지 않는다”며 “지금은 7년째 팔색조에게 빠져 있다”고 전했다.

그런 장 씨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남해군의 환경을 보존하면서 그곳에 팔색조가 많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그는 “남해군은 산 중턱에 유기비료를 뿌리고 농사를 짓던 논밭이 많아 팔색조의 먹이인 지렁이가 풍부한 환경”이라면서 “남해군이 아름다운 새 팔색조가 많은 아름다운 고장으로 전국에 알려졌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