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 동성사의 ‘스마트한 변신’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사업에 지원하기 전 동성사 모습(위쪽 사진). 라인과 창고가 구분되지 않은 채 자재 박스와 부품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어 작업 능률이 떨어졌다. 오른쪽 사진은 적재함을 표준화하고 한눈에 재고 관리가 가능하도록 라벨링한 모습.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추진단 제공
18일 오후 전북 익산시 왕궁면에 위치한 농기계 제조업체 동성사의 공장. 공장 밖 앞마당까지 출고를 기다리는 트랙터 운전석 완성품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요즘 동성사는 1986년 창업 이래 가장 승승장구 중이다. 올해 4월 중장비 공장을 새로 지었고 직원 수도 64명에서 76명으로 늘렸다. LS엠트론 등 새로운 거래처 두 곳이 더 생긴 덕에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많게는 40% 늘어날 예정이다.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일본 수출길이 열리면서 20억 원 규모의 신규 매출도 생겼다. 모두 2015년 11월 이후 벌어진 일이다.
지난 몇 년간 동성사는 일본과의 품질 경쟁,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 끼여 힘든 시절을 보냈다. 가장 큰 문제는 제조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다품종 소량 생산이 특징인 농기계 제조업 특성상 동성사가 한 달에 발주하는 부품 개수만 6000개. 직원이 일일이 엑셀 프로그램으로 수기 관리를 하다 보니 장부 속 계산이 맞지 않을 때가 많았다. 생산 도중에도 갑자기 부품이 부족해 대구까지 사러 가는 일이 허다했다.
정철영 대표는 “1800원짜리 부품 때문에 몇백만 원씩 손해 보는 일이 적지 않았다. 배울 만한 학교도 없고 전문기관도 없어 늘 고민이었다”고 했다. 마침 2015년 10월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 공고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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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사에도 삼성전자 김정국 부장과 최승호 차장 등 멘토팀이 곧장 출동했다. 매일 오전 7시 반에 출근해 화장실 청소부터 하는 멘토팀의 모습에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공장 직원들도 조금씩 의지하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이전에도 몇천만 원씩 주고 컨설팅을 받아봤는데 말로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 회사 작업복을 입고 궂은일부터 하는 모습에 직원들도 마음의 문을 열더라”라고 했다.
화장실 청소로 직원들의 마음을 다잡은 이들은 직원들의 하루 동선을 카메라로 녹화하는 ‘동작 분석’ 컨설팅에 들어갔다. 직원 한 명이 한 대의 완성품을 만들기까지 창고를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는 게 문제였다. 하루 이동 동선만 400m였다.
멘토팀은 해결책으로 삼성전자 냉장고 생산라인에서 쓰는 ‘키팅’ 시스템을 도입했다. 공정별로 필요한 부품을 미리 대차(손수레)에 담아 라인별로 배차하는 방식이다. 작업자들이 전날 퇴근 전 대차에 부품을 담아두고 다음 날은 자리에서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다. 개인당 이동 동선은 40m로 크게 줄었다. 작업대 크기도 기존 4m에서 1m로 줄여 이동하느라 생기는 낭비를 줄였다. 작업 환경만 표준화했을 뿐인데 능률은 43% 올랐다.
가장 고민이었던 재고 관리는 삼성전자 협력사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해결했다. 자재 유형별로 바코드를 붙여 실시간으로 입출고 현황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전까지 누구나 자유자재로 드나들던 창고는 폐쇄형으로 바꿨다. 곳곳에 정신없이 쌓여있던 자재 박스들은 표준화된 적재함에 담아 한눈에 관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더 이상 남는 부품도, 모자란 부품도 없이 예측한 만큼의 생산량을 매일 맞출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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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