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자들이 아파트 단지 인근 군부대를 공원이라고 속여 광고한 건설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민사 손해배상 시효 3년을 넘기는 바람에 배상을 받지 못하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3일 경기도 파주의 한 아파트 입주자 정모 씨 등 84명이 A 건설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A사는 2007년 경기도 파주시에 아파트 13개동 539세대를 지어 분양했다. A 사는 분양광고에 ‘인근 군부대 훈련 시 소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적었지만, 정작 아파트 정문에서 300m남짓 떨어진 곳에 위치한 군부대는 ‘근린공원’이라고 허위로 표시했다.
정 씨 등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던 주민들도 2014년 12월 뒤늦게 A 사를 상대로 “허위 광고로 피해를 봤다”며 1인당 440만~1140만 원씩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앞서 같은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낸 소송의 1심 판결이 나온 2011년 11월에는 정 씨 등이 손해사실을 알았다고 봐야 한다”며 “정 씨 등이 소송을 낸 2014년 12월에는 이미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시효 3년이 끝났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다른 입주자들이 낸 소송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2013년 11월부터 손해배상 청구시효가 시작된 걸로 봐야 한다”며 정 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1, 2심과 전혀 다른 판단을 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늦어도 2009년 6월 입주 시점에는 허위광고 사실을 알았고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는 그때부터 따져야 한다”며 정 씨 등에게 패소 판결했다. 아파트 분양 허위광고로 피해를 봤다면 적어도 입주일로부터 3년 이내에 소송을 냈어야 한다는 취지다.
배석준기자 eul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