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아시아나항공은 승무원 A 씨에게 ‘비행 금지’ 징계를 내렸습니다. 자기 딸을 ‘벙커’에서 쉬게 했다는 이유였죠.
문제가 생긴 건 건 5월 16일. A 씨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근무 중이었습니다. 이 비행기에는 A 씨 남편과 중학생인 딸도 타고 있었습니다. 비행 중 딸이 “몸이 좋지 않다”고 하자 A 씨가 딸을 벙커로 데려간 겁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기내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도 승무원이 아닌 사람이 벙커에 들어온 전례가 없었다. A 씨가 사규를 위배했는지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인사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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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수 없이 탔지만 이런 공간을 본 적 없으시다 고요? 그럴 수밖에 없죠. 승객은 볼 수 없는 곳에 숨어 있거든요. 아래 사진을 보시면 탑승석 위층에 있는 벙커로 가는 계단을 어떻게 숨겼는지 아실 수 있습니다.
물론 벙커로 가는 길이 꼭 저렇게만 생긴 건 아닙니다. 기종에 따라 벙커 위치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 보잉 747-400은 비행기 꼬리날개 바로 앞에 벙커를 마련해두었습니다. 에어버스 A380은 탑승석 아래쪽이 벙커입니다.
이런 위치도 100% 맞는 건 아닙니다. 항공사에서 비행기를 구매할 때 규모나 위치를 별도로 지정하기 때문이죠. 벙커 인테리어 역시 기종에 따라 다릅니다. 아래 사진처럼요.
한 전직 승무원은 “벙커 안에는 인터폰과 에어컨이 있고 회사에 따라 영화를 볼 수 있는 모니터를 달아주기도 한다. 하지만 실내가 비좁고 잠을 청하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비행 피로를 제대로 풀기는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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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시아나항공 벙커에 승무원이 아닌 사람이 들어간 게 A 씨 딸이 처음은 아닙니다. 검찰에서 2007년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51)를 미국 로스엔젤레스(LA) 교도소에서 한국으로 송환할 때도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까지 김 전 대표가 벙커에 숨어 있었죠. 기내에서 김 씨를 본 사람들이 외부로 이 사실을 알릴까 봐 격리조치를 취했던 겁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휴대전화 사용이 불가능한 지점이 되어서야 김 전 대표는 이코노미석에 있는 자기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고 하네요.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