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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으뜸의 트렌드 읽기]여전히 어려운 ‘일-가정 양립’

입력 | 2017-07-14 03:00:00


송으뜸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과장

‘인구절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칠드런 오브 맨’에 묘사된 미래사회 모습처럼 ‘아이의 울음소리가 귀한 세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출산 문제의 해결은 한국 사회의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해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저출산 문제에 대한 접근은 직장인 여성들의 출산에 대한 의지를 제고하는 데서 시작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출산과 양육을 배려하는 직장문화를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조사 결과, 현재 다니는 회사에 출산과 양육을 배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직장인 여성은 27.6%에 불과했다. 회사에서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의 신청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고 생각하는 직장인 여성의 비율도 각각 45.3%, 33.7%로 낮은 수준이었는데, 실제 유자녀 기혼 여성의 63.9%는 출산 후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보장하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한목소리(96.8%)를 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직장인 여성들에게는 높은 연봉보다 아이를 잘 돌볼 수 있는 환경이 직장 선택에 있어서 더 중요한 요소였으며(71.1%), 대부분 직장 내 어린이집의 설치 및 운영이 제도적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88.3%)는 데 공감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어렵게 만드는 사회적 환경과 인식도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였다. 직장인 여성의 77.1%가 한국 사회에서 육아와 사회생활을 병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봤으며, 육아와 사회생활의 병행을 위한 환경이 조금씩 갖춰지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직장인 여성은 29.7%에 그친 것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현실에는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에 눈치를 주는 회사 분위기(48.4%·중복응답)나 국가의 경제적 지원 부족(43.2%)도 큰 영향을 주고 있었지만, 무엇보다 여성이 육아를 모두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회 인식(57.4%)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혔다. 과거에 비해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많이 옅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가사와 육아는 전적으로 여성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렇게 일과 가정의 병행이 어렵고, 출산 및 육아를 배려하는 직장문화가 자리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 직장인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실제 기혼 직장인 여성들의 출산 계획이 상당히 적은 수준이었다. 현재 자녀가 없는 기혼 여성 중에서는 30.2%가 향후 구체적인 자녀 출산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며,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단 5.2%만이 추가적인 출산 계획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이뤄질 수 있는 사회 환경의 정착과 인식의 개선이 함께 뒤따르지 않고서는 직장인 여성의 출산에 대한 의지를 제고하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영원한 난제로 남게 될 것이다.
 
송으뜸 마크로밀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