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帝 군사기지 수용 문건 공개… 이태원-후암동 일대 옛모습 생생 용산공원 조성때 사료로 활용 가능
서울 용산구가 1906년 일본군이 만든 ‘한국용산군용수용지명세도’를 13일 공개했다. 푸른 선은 복개천인 만초천, 빨간 선으로 표시한 곳은 용산생태공원이 조성될 현재 미군 용산기지다. 용산구 제공
용산구가 13일 공개한 사료 뒷부분에는 용산 군용지(軍用地) 면적과 경계선이 표시된 ‘한국용산군용수용지명세도(韓國龍山軍用收容地明細圖)’가 9쪽에 걸쳐 실렸다. 이 지역의 옛 이름은 둔지미 마을로 지금의 이태원, 후암동, 서빙고동 일대다. 둔지미 마을은 당시 둔지방(屯芝坊)에 속했다. 1905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한일의정서를 내세워 둔지미 마을 300만 평(약 992만 m²)가량을 차지했다. 당시 집단 반발한 둔지미 마을 주민들이 일본 헌병에 체포됐다.
명세도에는 당시 마을의 명칭과 위치, 규모뿐 아니라 현재는 대부분 복개(覆蓋)된 만초천 등 지형이 자세히 보인다. 조선통신사가 일본을 왕래할 때 이용하던 후암동∼서빙고동의 옛길도 그려져 있다. 가옥 1만3000칸, 묘지 18만9000기, 논밭 90만 평(약 297만 m²) 등 일본군이 조사한 구체적인 수치도 담겨 있다. 한쪽에는 1906년 6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둔지미 마을을 강제 철거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날 공개된 사료는 20년 넘게 지역사를 연구하는 용산문화원 김천수 역사문화연구실장이 일본아시아역사자료센터의 문서 수십만 건을 조회해 2014년 찾아냈다. 용산구는 11월 ‘용산기지와 둔지미 마을의 역사를 찾아서’라는 책자를 발행할 계획이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