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간, 뉴스의 정치면과 사회면을 ‘뜻밖의 간접광고’로 장식한 인물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PPL의 달인’이라 칭한다.
#김무성, 자동 방향 인식 캐리어
캐리어 전문 브랜드 ‘오르넬리’ 제품, 가격은 10만원 대.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의 캐리어는 외신들까지 주목한 ‘정치권 PPL’의 최대 수혜 제품이다. 지난 5월 23일, 김 의원은 일주일간의 일본 여행을 마치고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는데, 입국 게이트가 열리자마자 정면만을 바라본 채 자신을 마중 나온 수행원에게 캐리어를 밀어버리고 나왔다. 해당 장면은 농구 경기에서 상대편을 속이기 위해 다른 방향을 보면서 패스하는 기술인 ‘노 룩 패스’를 떠올리게 한다. 정치권에서는 같은 정당 의원들까지도 김무성 의원의 이 같은 행동을 강하게 비판했고, 국내 및 해외 프로그램에서 노 룩 패스를 패러디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이튿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김 의원은 “(수행원이) 보이기에 밀어줬는데, 이게 이상하게 보이더냐. 내가 왜 해명을 해야 하나. 바쁜 시간에 쓸데없는 일 갖고. 이것을 쓰면 내가 고소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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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출시된 쌤소나이트 ‘라이트 스피어(Life Sphere)’ 모델. 현재는 단종된 상태다.(왼쪽), ‘구두 만드는 풍경’에서 만든 수제화 브랜드 ‘AGIO’의 제품. 해당 회사는 4년 전 폐업했다.(오른쪽)
김 여사의 캐리어가 이슈에 오르며 과거부터 이어져온 문재인 대통령 내외의 소박한 삶이 집중 조명되기도 했다. 지난해 4.13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은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참배했는데, 밑창이 찢어진 낡은 구두를 신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당시 찍혔던 사진을 한 누리꾼이 인터넷 게시판에 게재하면서 해당 구두가 청각 장애인 6명이 일하는 구두제조업체에서 만든 제품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해당 구두는 ‘구두 만드는 풍경’에서 만든 수제화 브랜드 ‘AGIO’의 제품으로, 2012년 9월 국회에서 판매행사를 했는데, 당시 민주통합당 대표대행 신분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사갔던 것으로 전해진다. 청각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해 설립된 사회적 기업이었던 해당 회사는 안타깝게도 4년 전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상태다.
#정유라, 어디서나 편안하게 플리츠
덴마크 승마복 전문 브랜드 ‘피퀴르(Pikeur)’ 민트 플리츠, 가격은 99유로(한화 약 13만원).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졌을 때 ‘최순실 프라다 구두’ 만큼이나 화제를 모았던 것이 정유라 씨의 패션이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의 패션 스타일에 쏠리는 대중의 관심을 나타내는, 일명 ‘블레임룩 현상’이다. 지난 1월 덴마크 올보르 지역 경찰에게 체포될 당시 정유라 씨가 입었던 패딩 점퍼와 그녀가 덴마크 법원의 영장 실질 심사를 기다릴 때 입었던 티셔츠는 정유라 씨의 모습이 공개되자마자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리며 화제를 모았다. 몇몇 인터넷 게시판에는 ‘정유라가 입은 옷의 브랜드가 궁금하다’는 글이 속속 게재되기도 했다.
이번에도 이 블레임룩 현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5월 30일 강제 송환 명령을 받고 한국으로 입국하기 위해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정씨는 윙크하는 스마일 얼굴이 그러진 흰색 티셔츠에 베이지 색 카디건을 걸친 차림이었는데, 해당 사진이 공개되자마자 또다시 정씨의 티셔츠는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랭크되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자신의 룩이 줄곧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을 의식했던 걸까. 한국에 도착한 정씨는 덴마크 승마복 브랜드 피퀴르의 하늘색 집업 후디 점퍼를 가슴팍까지 올린 채 인천국제공항에 마련된 포토 라인에 섰다. 검찰의 영장 청구가 기각된 이후 집에서 두문불출하던 정씨는 이후 두 차례 더 카메라에 포착됐는데, 그때마다 로고와 무늬가 전혀 없는 민무늬 티셔츠를 입은 채였다.
#조윤선, ‘참 좋은’ 프로그램 선정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문체부 장관답게 드라마와 예능에도 관심이 많았던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에게 인기 있는 프로그램을 추천하는 문자 메시지까지 보냈으니 말이다. 그간 박 전 대통령의 드라마 사랑은 익히 알려져 있는 상황. 조 전 장관이 대통령의 취향을 제대로 간파한 셈이다. 조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에 이어 문체부 장관직까지 맡으며 ‘청와대 실세’로 지목돼왔다.
지난 5월 30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공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조 전 장관의 문자 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특검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박 전 대통령에게 ‘대통령님 시간 있을 때 〈혼술남녀〉 〈질투의 화신〉이라는 드라마나 〈삼시세끼〉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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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뉴스1 뉴시스 사진제공 SBS tvN 디자인 박경옥
editor 정희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