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나주환은 올 시즌 SK 돌풍의 주역으로 활약하며 제2가 아닌 제1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동안이지만 벌써 프로15년차에 30대 중반이 됐다. SK 내야진을 이끄는 안정적인 수비도 만점 활약이다. 스포츠동아DB
SK는 10일까지 47승을 거뒀는데 이 중 가장 많은 결승타를 기록한 선수는 프랜차이즈 타자 최정(9개)이었다. 놀라운 점은 그 다음인데 나주환(33)이 김동엽과 함께 6개로 뒤를 이었다. 유틸리티 플레이어 나주환이 수비를 뛰어넘어 공격에서도 결정적 공헌을 해준다는 증거다. 나주환이 없었더라면 이 팀이 직면했을 난감함을 떠올려볼 때, 2017시즌 SK의 전반기 숨은 MVP라 칭해도 과언이 아니다.
SK 나주환. 스포츠동아DB
● “SK에서는 베테랑이니까 더 절실하다”
-드러난 타격지표 이상으로 타구 질이 좋아진 듯하다.
-7월5일 인천 KIA전 8회 2사 만루에서 임창용을 상대로 싹쓸이 역전 3루타를 쳤다. 결승타가 부쩍 늘었다.
“노림수가 더 좋아진 것 같다. 요즘에는 2스트라이크까지 노리는 공만 기다린다. 당시 변화구를 노리고 있었는데 연속 직구 2개가 들어왔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임창용 선배 상대로 볼넷은 쉽지 않다. ‘갖다 맞추려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자’고 했는데 결과가 좋았다.”
-프로 15년차다. 어느덧 얼굴에도 관록이 묻어난다.(웃음)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수비할 때도 다이빙하는 모습 보여주는 선배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다른 팀에 비해 고참이 없는 편이다. 그래도 선후배 사이의 존중에서 어긋나는 것이 있으면 얘기해주려고 한다. 구단에서 육성하는 선수일지라도 선배들이 더 절실하게 야구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싶다. 여기서 떨어지면 더 기회가 없을 테니 그런 것 때문에라도 더 잘하고 싶다. SK에서 고참인 주장 (박)정권이 형, (김)강민이 형이 경기 나가지 못해도 후배들 서포트 해주는 모습을 본다. 현실일 수 있겠지만 이렇게까지 후배들 위해 해주는 것도 멋있는 일이다.”
SK 나주환.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내려놓으니 야구가 더 새롭게 다가왔다”
-2017시즌 들어가기까지 주전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은퇴까지 고민했다고 들었다.
“진짜 올해 안 되면 그만하려는 생각했었다. 작년에 고메즈가 와서 유격수가 바뀌고, 이번엔 워스라는 선수가 왔다. (박)승욱이라는 키워야 될 선수도 있었다. 백업으로 1~2년 할 수는 있겠지만 ‘내 자리가 많이 없겠구나’ 생각했다. 그만해도 1군에서 1000경기를 나가 봤고, 우승도 해봤고, 프리에이전트(FA) 신청도 해봤으니 여한 없는 생각은 있었다. (시즌 준비하며) 천안북일고 후배들하고 훈련 같이 할 때, 마음이 새로워졌다. 여유가 생기더라. 어릴 때는 경기 못 나가면 ‘왜 못 나가지’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제는 왠지 처음부터 마음이 편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후회 없이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벤치에 있어도, 포지션이 계속 바뀌어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경기 내보내주면 ‘좋다. 열심히 하자’ 이렇게 생각하고 임했다. 그러다보니 좋은 기회를 잡은 것 아닌가 싶다.”
-KIA 서동욱과 더불어 KBO리그를 대표하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유틸리티 맨이 팀에 꽤 필요한 존재다. (고정 포지션이 없다보니) 오늘의 안타 1개가 아주 소중하다. 반면 수비 실수 했을 때, 정말 힘들다. 팀에 이렇게 주전 못지않게 필요한 존재가 있다는 인식이 적은 현실은 좀 아쉽다.”
“외야 빼곤 (포수와 내야 전 포지션에 걸쳐) 다 볼 수 있다. (갑자기 포지션 이동을 지시받아도) 떨리거나 그렇진 않다.”
14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 8회초 2사 1루에서 한화 김경언 타석 때 SK 이홍구의 부상으로 나주환이 포수 마스크를 쓰고 나서고 있다. 문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SK는 센터라인, 특히 유격수가 약점이라는 지적이 있다.
“(박)승욱이한테 얘기했다. ‘여기서 자리 잡으면 SK 10년 유격수’라고. 유격수는 한번 자리를 잡으면 쉽게 들어올 자리가 아니다. 유격수는 바운드 스텝, 던지는 자세부터 힘든 자리다. 올 시즌 유격수로 나갔을 때는 2~3년 안 했고, 캠프 때에도 연습을 많이 하지 않았는데도 편하더라. 3~4경기 만에 몸이 기억하더라.”
-기록을 보면 타율 3할, 20홈런이 가능할 페이스다.
“홈런을 쳐야지, 3할을 쳐야지, 이런 마음 없다. 워낙 방망이 좋은 선수가 팀에 많다. 오히려 삼진 먹으면 괜찮은데 수비에서 실책하면 신경이 더 쓰인다. 어린 친구들이 많이 나가니까 벤치사인 전달도 해주고, 후배들 좋은 플레이 나오면 박수 쳐주는 것이 나의 임무다.”
-몇 년 만에 풀타임을 뛰려니 체력 관리도 중요해졌겠다.
“예전에는 특타 치고 매일 나가도 힘든 것 없었는데, 이제 6~7회 되면 힘들긴 하다. 비타민, 바나나 등 안 먹던 것도 챙겨 먹는다. 잘 먹고 잘 자고 운동량은 많이 줄이고 있다. 방망이 안 치고 게임 들어가는 날도 있다. 단 수비는 3개를 받더라도 펑고를 받는다.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필드 상태라든가 내 몸을 체크하기 위해서라도 수비연습은 한다.”
SK 나주환. 스포츠동아DB
● “놀부? 싫지 않은 별명이지만 욕심 부릴 때 지났다”
-팬들이 놀부라고 부른다. 마음에 드나?
“나쁘지 않다. 놀부라는 별명 자체가 욕심도 있다는 뜻이니까 괜찮다. 밖에서 봤을 때 ‘놀부 같이 안 생겼는데. TV보다 잘 생겼네’라는 얘기 듣는다.(웃음)”
-늘 밝은 얼굴로 허슬플레이를 하는 느낌이다. 천성인가, 노력인가?
“다른 선수들은 실수하면 얼굴에 드러나는데 그런 것 없다. ‘놓칠 수도 있지’ 그러고 넘긴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실수해도 ‘집중 좀 해라’ 나한테 한마디 하고 넘어간다. 심각하게 생각하려 해도 잘 안된다. 다만 힘들고 그럴 때 ‘너는 프로 와서 이만큼 경기도 뛰어봤고, 우승반지도 있는데 뭘 더 부귀영화를 구하냐’고 그렇게 되새길 때 있다. 힐만 감독님이 ‘직업인데 즐겁게 해야지’라는 얘기를 하는데 그 영향도 큰 것 같다.”
-별명이 놀부인데 직접 얘기해보니 욕심이 없다.(웃음)
“욕심 부릴 때 지났다. ‘누군가는 FA 언제냐’고 하는데 욕심 없다. FA 한 번 더 하려면 35살인데.(웃음) 요즘은 열심히 하는 모습을 사람들이 알아봐주는 것이 좋다. 사인 요청도 기분이 좋다. 이런 마음이 성적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2007년부터 SK에서 뛰었다. SK 팀 문화의 좋은 점은?
“정말 분위기가 좋은 팀이다. 두산에서 처음 왔을 때부터 좋았다. 다른 팀으로 간 선배들도 ‘SK만한 분위기 없다’고 지금도 말한다. 트레이드로 온 선수들도 다 놀란다. 끈끈한 정이 있고, 그 안에서 체계도 있다. 선수들이 자기 기량을 발휘하기 좋은 조건의 팀이라는 것이 SK의 장점인 것 같다.”
● SK 나주환
▲1984년 6월14일생
▲성동초∼휘문중∼북일고
▲우투우타
▲180cm, 84kg
▲2003년 두산 베어스 입단(2라운드 16순위 지명)∼2007년 SK 와이번스 트레이드
▲2017년 연봉 1억5000만원
▲통산성적=1163경기(2891타수 764안타) 타율 0.264 62홈런 371타점(7월10일까지)
▲2017년 성적=75경기(246타수 75안타) 타율 0.305 13홈런 45타점(7월10일까지)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