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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석의 모바일 칼럼]고맙거나 혹은 두렵거나… AI의 두 얼굴

입력 | 2017-07-12 03:00:00

고미석 논설위원


안식년을 활용해 미국 대학의 초빙교수로 다녀온 어느 교수의 체험담이다. 어느 날 8살짜리 아들이 부모 몰래 911에 장난 전화를 걸었다가 겁이 나서 아무 말도 없이 바로 끊었단다. 잠시 뒤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보니 건장한 경찰관 2명이 문 앞에 서있는 것이 아닌가. 교수는 서툰 영어로 구구절절 설명했으나 경찰은 직접 확인하겠다며 집안으로 들어왔다. 이들은 아이를 만나고 1,2층도 두루 살펴본 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라”는 구두경고를 남기고 떠났다. 아들은 혼쭐이 났지만 장난이든 아니든 함부로 911에 전화했다간 큰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만은 확실히 깨우쳤다.

최근 미 ABC 뉴스는 뉴멕시코주에서 벌어진 폭력사건에 AI가 911 전화를 걸어 인명피해를 막았다고 보도했다. 아마존의 인공지능 음성인식 비서 ‘알렉사’를 탑재한 음향기기인 스마트 스피커가 여자친구를 때리면서 죽이겠다고 협박한 에두아르도 바로스란 남성을 911에 신고했다는 것이다. 바로스는 자신의 집에서 여친을 마구 폭행하면서 총을 쥐고 “경찰에 전화했냐?”고 다그쳤다. 그러자 알렉사와 연동된 스마트 스피커는 이 대화내용을 신고 요청으로 잘못 인식해 911에 전화를 연결했다. 경찰은 스마트 스피커를 통해 다투는 소리를 전해 듣고 즉각 현장에 출동할 수 있었다.

피해자가 부상을 입긴 했어도 생명을 건질 수 있었던 것은 비록 ‘오작동’이긴 해도 아마존의 신기술 서비스 덕이다. AI가 단순직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은 것과 대조적으로 모처럼 반가운 AI의 선행인 셈이다. AI는 다방면으로 손을 뻗치는 중이다. 요즘은 인류의 건강을 보살피는 주치의 역할로도 기능을 확장하고 있다. 애플과 구글은 생체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건강관리를 돕는 스마트 워치 개발에서 경쟁하고 있다.

일상 속으로 깊이 파고드는 인공지능의 진화 속도는 무서울 정도다. 아마존은 지난해 말 계산대 없는 무인(無人) 마트 ‘아마존 고’를 선보여 유통업계에 무인시대의 도래를 예고한 바 있다. 국내에는 지난 5월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계산원 없는 인공지능 무인편의점이 문을 열고 시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손바닥이 신용카드 역할을 한다.

AI는 일자리 파괴의 주범이 될 것인가, 아니면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동반자가 될 것인가. 사실, AI 그 자체로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문명의 이기(利器)가 등장할 때마다 그랬듯이 인간이 AI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그 운명이 바뀔 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열어갈 미래가 궁금해진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