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허위 필적 감정으로 유죄판결”… 26년만에 정부-국과수 책임 인정 “강압수사 인정되지만 시효 지나”… 강신욱 씨 등 당시 검사들 책임 면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부장판사 김춘호)는 6일 강 씨와 강 씨 가족 등 6명이 정부와 당시 수사에 관여한 이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정부와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문서분석실장 김형영 씨는 강 씨 등에게 6억86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부와 김 씨가 강 씨에게 7억 원, 강 씨의 부인에게 1억 원, 두 동생에게 각각 1000만 원, 강 씨의 두 자녀에게는 각각 2000만 원 등 총 8억60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형사보상법에 따라 이미 지급한 형사보상금만큼의 금액은 빼도록 해 실제 지급액은 6억 원가량이다.
재판부는 “강 씨는 허위 (필적) 감정 결과가 결정적 증거가 돼 유죄 판결을 받았고 석방 후에도 후유증으로 많은 고통을 겪었다”며 “또 유서를 대신 써서 자살을 강요했다는 오명을 썼고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당했다”고 판시했다.
광고 로드중
강 씨의 법률대리인 송상교 변호사는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가해자이자 몸통인, 유서 대필 사건 조작을 지휘했던 이들에 대해 책임을 부정한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또 “김 씨와 검사들의 위법을 달리 취급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도 유독 검사들만 다른 판단을 한 것은 면죄부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강 씨와 가족은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강 씨는 2008년 사건의 핵심 증거인 필적 감정서 등이 위조된 사실이 밝혀지자 재심을 청구했고 2015년 5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같은 해 11월 강 씨는 자신과 가족이 입은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 등 총 3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