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시인(1960∼1989)이 1982년 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말은 그가 얻어먹은 밥값 대신 즉석에서 시를 써서 건넨 여성의 일기장(사진)에 남아 최근 시와 함께 알려졌다. 이 여성은 짐을 정리하다가 시를 우연히 발견했다고 한다. 배고프고, 목마르고, 술도 고픈 청년들의 풋풋함이 전해진다.
아주 오랜만에 찾은 학교 근처 술집 벽의 낙서에서 지인의 이름을 발견하고 옛일을 회상하는 일, 오래된 노트를 버리려다 눈에 들어온 글에 얼굴을 붉히는 일 따위에도 시한이 있을 게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