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스포츠부 기자
최근 ‘우정을 위한 축구(Football for Friendship)’ 국제챔피언십이 열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국내 유소년 축구 최고 지도자로 평가받는 함상헌 서울 신정초교 감독을 만났다. 그는 “자기 자식만 최고여야 된다는 생각은 모두에게 독이 된다. 그런 부모들이 바뀌어야 한국 축구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0년 이 학교에 부임한 뒤 우승만 100회 가까이 했고 올해도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함 감독의 얘기를 들으며 얼마 전 막을 내린 도로 사이클 대회 ‘투르 드 코리아(TDK)’가 떠올랐다.
도로 사이클은 얼핏 개인끼리의 경쟁처럼 보이지만 단체종목 못지않은 팀플레이가 바탕이다. 도메스티크(Domestique·하인, 집사)라는 존재가 이를 말해 준다. 팀에 따라 한 명 또는 그 이상인 도메스티크는 팀과 리더를 위해 희생하는 게 임무다. 리더의 앞에서 달리며 바람을 막아주는가 하면 뒤에 따라오는 팀 차량에서 물병을 받아 동료들에게 배달한다. 다른 팀의 경쟁자가 리더를 위협할 때는 대신 맞서주기도 한다. 리더의 자전거가 고장 났을 때 자신의 자전거와 바꿔 주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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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빛나는 역할이 아니더라도 ‘팀은 개인보다 위대하다’는 진실을 믿고 주어진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다 보면 기회는 오기 마련이다. 도로 사이클 대회의 대명사 투르 드 프랑스에서 3년 연속 우승을 노리고 있는 크리스토퍼 프룸 역시 데뷔 후 한동안 도메스티크를 맡다 시간이 지나면서 실력을 인정받아 세계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선 사례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함께 사는 사회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사교육 지옥’이 된 것도 자기 자식만 잘나면 된다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은 아닐까. 모두가 에이스가 될 수는 없다. 자기 일에 충실한 마당쇠처럼 누군가는 궂은일도 해야 한다. 너도나도 앞에만 서려 하면 소는 누가 키울 것인가.
이승건 스포츠부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