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강제퇴거 이의신청 기각… ‘따뜻한 법치’ 실천 고민해봐야
6월 3일자 1면.
노지원·정책사회부
하지만 페버는 억울하다. 1999년 한국에 머물던 나이지리아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9년간 합법적으로 살았다. 어려운 형편에 수돗물로 배를 채우면서도 성실하게 학업을 마쳤다. 페버가 9세이던 2008년 아버지가 나이지리아로 추방되면서 갑자기 ‘불법 체류’ 딱지를 달게 됐다. 불법 체류자인 아버지의 신분은 아들에게도 대물림됐다.
국제 인권법 전문가는 페버처럼 한국인같이 자란 이주 청소년에게는 추방의 공포 없이 안심하고 체류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들에게는 죄가 없기 때문이다. 이주 청소년은 인구 절벽을 넘어설 인적 자산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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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누리집에 ‘인권을 옹호하고 따뜻한 법치를 실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인처럼 살아온 페버가 구금에 이어 추방당할 위협까지 받는 게 ‘따뜻한 법치’인가.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취임한 지 두 달이 다 돼 간다. 하지만 정작 인권 문제 주무 부처인 법무부는 따뜻한 법치를 실천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노지원·정책사회부 z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