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문준용 의혹’ 녹취 조작 사건과 관련해 어제 당 진상조사단과 만나 조사를 받았다. 안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이용주 전 공명선거추진단장에게 이 사건을 처음 보고받았으며 사전에 조작 사실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 진상조사단은 이번 주 초 당원 이유미 씨의 단독 범행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지만 국민들이 얼마나 신뢰할지 의문이다.
이 씨는 지난달 25일 안철수 전 대표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제발 고소 취하를 부탁드린다. 이 일로 구속당한다고 하니 너무 두렵다. 죽고 싶다”며 구명을 호소했다고 한다. 대선 때 이 사건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당을 고발한 것이 취하되도록 힘써 달라는 뜻이다. 이에 안 전 대표는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해 답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안 전 대표 주장대로 그가 이번 사건을 전혀 몰랐을 수는 있다. 그러나 대선 때 자신을 위해 뛰었던 당 사람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 수사 받는 마당에 어떤 입장 표명도 하지 않는 것은 상궤를 벗어났다. 사과부터 하는 것이 옳다. 안 전 대표가 진상조사단의 전화 조사를 고수하다가 거듭된 요청에 마지못해 대면 조사에 응했다니 21.4%의 득표율로 대선 3위를 한 제2야당 후보에 어울리지 않는다.
안 전 대표는 정치생명을 건다는 각오로 이번 일의 진상 규명에 직접 나서고, 참회에 앞장서야 한다. 한국갤럽의 지난달 27∼29일 조사에서 국민의당은 지지율 5%로 창당 이래 최저로 곤두박질쳤다. 당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불일 때 살을 도려내는 개혁에 앞장서는 것이 그가 해야 할 도리다. 안철수의 ‘새 정치’가 시간이 지나 대선 바람이 잦아들면 다시 차기를 노려 보겠다는 것은 아니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