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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개정안 통과되면… 걸어서 출퇴근하다 다쳐도 재해 인정

입력 | 2017-06-29 03:00:00

[유성열 기자의 을(乙)로 사는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 A to Z




유성열 기자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출퇴근 도중 다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거의 모든 출퇴근길 사고는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됩니다.

그동안은 통근버스처럼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해 출퇴근할 때(현행 산재보험법 37조)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습니다. 반면 공무원과 군인은 출퇴근 재해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제기돼왔는데, 헌법재판소가 산재보험법 37조에 대해 지난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법 개정 논의에 속도가 붙었습니다. 고용노동부 주평식 산재보상정책과장에게 자문해 출퇴근 재해 인정에 관련된 궁금증을 질의응답(Q&A)으로 알아봅니다.

Q. 걸어서 출퇴근하다 다쳐도 산재로 인정되나요.

A. 개정안은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은 물론이고 자가용이나 자전거, 또는 걸어서 출퇴근을 하다 사고가 나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토록 하고 있습니다. 이미 국제노동기구(ILO)가 1964년 통상적인 출퇴근 재해도 산재에 포함하도록 권고했고 헌재마저 지난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법 개정이 기정사실화됐습니다. 보행이나 자전거, 자가용 등으로 출퇴근하는 근로자와 통근버스를 이용하는 근로자 모두 똑같은 산재보험 가입자이기 때문에 구별해서 적용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입니다.

Q. 퇴근길에 회식을 하다가 다쳐도 산재로 인정되나요.

A. 본인의 직속 부서장이나 관리자가 참석해 주관하는 회식에 참여한 뒤 귀갓길에 사고를 당하면 현재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합니다. 이런 회식은 업무의 연장선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다만 상사 없이 친한 동료들끼리 회식을 하고 집에 가다가 사고를 당하면 산재로 인정받기가 어렵습니다. 친한 동료와의 술자리는 업무의 연장선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고, ‘퇴근길’에도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퇴근길 중간에 친구와 밥을 먹으면서 반주 정도를 하고 집에 가다가 사고가 났다면 출퇴근 재해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퇴근길에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거나 간단히 쇼핑을 했다고 하더라도 산재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독일에서는 통상 퇴근 후 2시간 이내에 당한 사고는 산재로 인정하고, 2시간을 넘으면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도 이런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Q. 자영업자도 적용이 가능한가요.

A. 자영업자도 보험료를 내고 산재보험에 가입하면 모든 업무상 재해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형 주차장에 트럭을 주차해놓고 출퇴근을 하는 화물차주도 산재보험 가입과 보상이 가능합니다. 다만 개인택시처럼 출근과 근로가 사실상 동일하거나 출퇴근 경로와 방법이 일정치 않은 직종은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적용을 배제할 예정입니다. 학습지 교사처럼 특수고용직들은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아직 의무화되지는 않았습니다. 현재 국회에는 6개 특수고용직의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개정안이 계류 중입니다.

Q. 출퇴근 산재 범위가 확대되면 산재보험료를 더 내야 하나요.

A. 산재보험료는 근로자가 아닌 회사가 100% 부담합니다. 출퇴근 산재 인정 범위가 예정대로 내년부터 확대되면 근로복지공단이 연간 약 5000억∼7000억 원의 보험료를 추가 징수해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때문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근로자의 과실이 큰 사고까지 보상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특히 자동차보험과 산재보험 간 구상권 조정을 위한 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성급한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Q. 본회의에서 통과가 안 될 수도 있지 않나요.

A. 경영계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고 법사위에서 통과를 미룰 가능성도 있습니다.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 없이는 본회의 상정이 불가능합니다. 다만 국회 환노위에서 여야가 합의로 통과시킨 것이기 때문에 본회의 통과 가능성 역시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도 동일한 개정이 추진됐던 만큼 여야 의원들 모두 출퇴근 산재 인정 범위를 넓히는 것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습니다.

Q. 자가용으로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자동차보험도 가입돼 있는데 이중으로 보상을 받는 것인가요.

A. 이중 보상은 불가능합니다. 자동차보험과 산재보험 중 하나를 골라야 합니다. 하지만 어느 것을 선택해도 본인이 받는 보상은 거의 비슷합니다. 보험금에 대한 구상금 조정은 보험회사와 근로복지공단이 알아서 하기 때문에 당사자는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