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재 도쿄 특파원
5월 중순 특사로 일본을 다녀간 문희상 의원 역시 한국에 돌아가 “일본 측에 국민이 정서적으로 위안부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분명히 전달했고 이해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다. 청와대에서도 방일 성과를 보고받고 굉장히 고무적인 분위기”라고 했다.
한국에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고 아베 정권이 다소 달라진 태도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두 차례 문 대통령과 통화했고, 특사를 주고받았다. 다음 달 초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는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첫 한일 정상회담도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첫 정상회담까지 3년 가까이 걸렸던 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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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만난 한일관계 전문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외교부가 아베 총리 명의로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안을 거론했을 때, 아베 총리는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한국 내 반발을 샀다. 이후 곤란해진 한국 측에서 “편지가 안 되면 합의 내용을 그대로 인쇄해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보내 달라”고 제안했다. 합의 내용에 ‘아베 총리가 깊은 사죄를 표명한다’는 문구가 있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일본 측이 거절했다고 한다. 이 전문가는 “유감스럽지만 이것이 아베 정권의 한계”라고 말했다.
더구나 아베 총리는 최근 일생의 과업인 ‘헌법 개정’을 앞두고 터진 각종 스캔들로 지지율이 일부 조사에서 30%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일본 국민 10명 중 6명이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사정을 고려해 대승적 양보를 한다는 건 생각하기 어렵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은 26일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외무성 사무차관을 미국에 보내 위안부 합의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등 미국 조야에 자신들의 주장을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지난달 말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위안부 합의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 것도, 합의에 불만을 가진 한국에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계산에서 나온 행동이다.
문 대통령은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의 핵심은 일본이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적 사과를 하는 것이다” “일본이 최선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일본 정부가 새 정권에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일 것이란 기대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은 즉각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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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 도쿄 특파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