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우선 물 관리 일원화의 추진 배경과 이유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 관리는 크게 물의 양(量)과 수질(水質) 측면에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지난 20여 년 동안 물 관리의 핵심 기능이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로 이원화돼 있었기 때문에 부처의 이해관계로 예산 낭비와 깨끗한 물의 안정적인 공급에 어려움이 있었다. 두 부처의 물 관리 관련 법률은 무려 18개나 되고, 그 안에 담겨진 계획만 42개다. 각종 사업이 중복될 수밖에 없었고, 예산 낭비는 누가 봐도 비효율적이다.
물 관리 정책에 국민의 의견이 적절히 수렴되고 반영되었는지를 기준으로 민주성을 판단하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대구·구미, 부산·경남 간 상수원 이전을 둘러싼 ‘낙동강 물 싸움’이 10년간 답보 상태인 것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갈등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하에 물 문제를 유역 내에서 해결하는 민주적 거버넌스가 미흡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정부 조직의 외형이 변한다고 해서 물 관리의 효율성과 민주성이 저절로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미래의 우리 자녀 세대가 깨끗하고 충분한 물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꿈꾼다면 환경부로의 물 관리 일원화 이후 많은 목소리가 환경부에 전달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 국민 모두의 책무이다.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