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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구의 옛글에 비추다]화를 다스릴 수 있어야

입력 | 2017-06-27 03:00:00


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옛날에 조관(趙官)이란 자가 있었는데, 성품이 조급하고 포악하였다. 그가 수령으로 있을 때 화가 나면 시중드는 사람을 주먹으로 마구 때리고는 또 곧바로 후회하였다. 그래서 어느 날 판자(板子)에 이것을 경계하는 글을 써 놓고 시중드는 사람에게 “내가 노기(怒氣)가 폭발할 때는 이 경계하는 판을 들어 보여 달라” 하였다. 후에 조관이 화를 내자 시중들던 사람이 그 명령대로 하였다. 그런데 조관은 더욱 화를 내며 그를 전보다 더 심하게 때렸다.



성호 이익(星湖 李瀷·1681∼1763) 선생의 ‘성호사설(星湖僿說)’ 제14권에 실린 ‘계판(戒板)’이란 글입니다. 자기가 걸핏하면 화를 잘 낸다는 사실을 알고는, 경계하는 글을 판자에 적어 놓고 자기가 화를 낼 때 곧바로 이것을 들어 깨닫게 해 달라고 하였다니, 그 노력만큼은 가상합니다. 그러나 정작 화가 났을 때 그렇게 했더니 전보다 더 심하게 때렸다는군요. 맞은 사람한테는 좀 미안하지만 그 상황이 자꾸 웃음이 납니다. 성호 선생은 명나라 도융(屠隆)이 저술한 ‘홍포(鴻苞)’라는 책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며 소개합니다.



옛적에 성품이 포악하고 조급한 자가 있어 항상 사람을 때렸다. 그 어머니가 걱정이 되어 계판을 만들어 주면서, 항상 간직하고 경계를 삼도록 하였다. 그런데 그 후에는 다시 이 계판으로 사람을 때렸다.



화를 내면 그 화가 화를 불러 화는 점점 더 커집니다. 싸우는 사람을 말리면 싸움이 더 커지는 것도 비슷한 이치. 분노라는 감정이 그만큼 다스리기 힘들다는 뜻이겠지요. 오늘날에는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졌습니다. 화를 참을 수 있어야 세상살이도 성공할 것입니다. 선생이 내린 결론의 마지막 문장이 자못 의미심장합니다.



사람이 항심(恒心)이 없으면 점쟁이나 무당, 의원도 되지 못한다 하였는데, 하물며 행실을 고치고 착한 데로 나아가는 것을 의논할 수 있겠는가(無恒, 不可以作卜筮巫醫. 황何與議於改行入善耶)…. 무릇 세상 사람들이 하는 일이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계판으로 사람을 구타하듯 하지 않는 자가 드물 것이다. 오늘날 붕당(朋黨)에 대해 금지하는 것이 종종 이와 비슷한 경우가 있다.

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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