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호 세계보건기구 의료관리관
21일 질병관리본부와 세계보건기구(WHO)의 ‘예방접종 안전성 관리와 소통’ 심포지엄에 참석한 WHO 서태평양사무소 소속 신진호 의료관리관(53·사진)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백신의 효과를 수용하는지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신 관리관은 2003년부터 WHO에서 필수 의약품의 안전성을 연구하고 있다.
신 관리관은 한국의 안아키 사태가 WHO 구성원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고 전했다. 호주 등에서도 일부 학부모가 “아이들을 수두 감염자와 접촉시켜 면역력을 키우겠다”며 ‘수두 파티’를 연 사례는 있지만 “화상에 온찜질을 하라”거나 “장염에 걸리면 숯가루를 먹이라” 등 안아키의 지침은 미신적인 성격까지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백신 거부 사태가 선진국에서도 간혹 등장했다”며 영국의 홍역·볼거리·풍진 백신 거부 운동을 예로 들었다. 한 의학자가 1998년 “해당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며 발표한 논문이 2010년 가짜로 밝혀지기 전까지 이 사태가 이어졌다. 신 관리관은 “백신 거부를 주장하는 세력의 배후가 경쟁 제약사로 의심되는 사례도 있었다”며 “특정 질환에 대한 관심을 높여 진단기기 등을 팔기 위한 수법이 아닌지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광고 로드중
추후 연구가 필요한 분야로는 ‘임신부 백신’을 지목했다.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처럼 신생아가 노출되면 치명적인 감염병은 임신부가 백신을 맞으면 배 속 아이도 항체를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엔 인플루엔자(독감), B형 간염의 임신부 백신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임상시험 피험자를 모집하기가 어려워 연구는 걸음마 단계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