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20일 화요일 맑음. 과장의 아이콘. #253 지드래곤 ‘무제(無題)(Untitled, 2014)’ (2017년)
지드래곤의 앨범 ‘권지용’을 열면 이렇다. 눈과 USB메모리가 포개진다.
이것이 근래 이 앨범을 둘러싼 갑론을박에 누락된 핵심이다. ‘음반이냐, 아니냐’는 알 바 아니다.
‘권지용’ 예술의 심장은 USB메모리다. 스트리밍과 가상드라이브의 시대에 유물처럼 돼버린 USB메모리를 그가 지금 도입한 이유, 이 물체가 이 맥락에서 유효한 이유는 스토리텔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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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용의 아이덴티티는 수천, 수만 개 복제돼 수천, 수만 개의 컴퓨터에 삽입된다. 메모리엔 ‘권지용 A형/1988년 8월 18일’이라 썼다. 그의 새 콘서트 시리즈 이름은 모태(母胎). 인간복제,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이 만연한 시대다.
공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드래곤은 앨범 표지 안팎에 자신의 눈만을 새겨뒀다. 눈이 드러난 직사각형의 틀은 케이스 속 USB메모리 위치와 포개진다. ‘권지용’을 집안에 들이는 행위는 도청, 도촬, 바이러스 노출에 대한 공포와 연결된다.
‘권지용’이 ‘끝내주는 예술’이란 얘기는 아니다. 은유와 상징은 복잡하지 않고 일차원적이다. 10일 서울 공연에서 스스로 말했듯 그는 “과장된 이미지의 가수”이며 스스로를 과장하는 법을 아는 가수다.
시장에는 과장이 먹히지 않는다. 3만 원짜리 ‘권지용’이 음악 시장에서 지니는 의미는 그 이상이다. 이 USB메모리는 10년 넘게 시장을 쥐락펴락한 멜론, 지니, 벅스와의 게임에 내던져진 조커다. USB메모리와 연결된 사이트는 멜론도 지니도 아닌, 창작자가 마련한 제3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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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에겐 ‘권지용’을 설명할 기회가 없었다. ‘권지용’이라 이름 붙인 링크 음반을 통해 그는 ‘권지용은 고정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었을까. 어디까지가 의도된 건가. 묻고 싶은 게 많다. 권지용 씨는 아래 e메일 주소로 연락 바란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