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음원시대 10년 <중> 팝콘처럼 가볍게 소비되는 음악
○ 팝콘형 소비에 방송 영향력도 커져
10년은 긴 세월이다. 그런데 아무리 차트를 훑어도 찾기 힘든 ‘가뭄의 콩’이 있다. 바로 팝송이다. 사실 이 차트는 가요 팝송 다 포함해 매긴 종합순위였다. 그런데 무려 524주 가운데 외국곡이 1위였던 건 단 한 차례. 2014년 2∼3월 2주 동안 정상에 올랐던 이디나 멘젤의 ‘렛 잇 고’(영화 ‘겨울왕국’의 주제가)다. 한 음악방송 PD는 “음원 시장은 ‘소장용’ 음반에 비해 음악을 영화관 팝콘처럼 가볍게 소비하는 풍조를 만들었다”며 “가요가 이런 흐름에 맞는 기획성이 뛰어나다 보니 상대적으로 팝송의 입지가 매우 좁다”고 말했다.
‘팝콘형 소비’는 주간차트 수위(首位) 곡의 1위 기간을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조사 기간 초기인 2007년 6월부터 2년 동안 1위를 차지한 노래들은 평균 4.04주가량 정상에 머물렀다. 반면 최근 2년(2015년 6월∼2017년 5월) 동안은 평균 1.72주밖에 되지 않는다.
1개월 이상 1위에 머문 ‘메가 히트 곡’을 보면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하다. 2007년 6월부터 5년 동안은 원더걸스 ‘텔 미’(7주)나 소녀시대 ‘Gee’(8주) 등 모두 20곡이 1위에 한 달 이상 머물렀다. 반면 최근 5년 동안은 싸이 ‘강남스타일’(6주), 소유&정기고 ‘썸’(7주) 등 딱 절반인 10곡뿐. 올해는 에일리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6주)가 유일한데, 대박 난 tvN 드라마 ‘도깨비’ 삽입곡이었다.
○ 아이돌이란 공룡의 새로운 도전
다행스러운 건 이런 ‘한없이 가벼운 획일성’이 개선될 여지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공장에서 찍어낸 듯했던 ‘아이돌 음악’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대중음악을 상징하는 스타일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한류 덕분에 한국 음악산업은 세계 10위인 8억3300만 달러(약 9398억 원·2015년 기준) 규모로 올라섰다.
이런 성장세에 힘입어 음악시장도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아이돌 음악이란 공룡이 다양한 장르와 분야를 흡수하며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멜론 주간차트를 장르별로 분석해 보면, 2010년까진 여전히 댄스음악이 전체 기간의 78.6%나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최근 3년간에는 댄스음악의 비중이 48%로 확 떨어지고, 힙합 발라드 등 비(非)댄스음악이 오히려 절반을 넘었다(52%).
‘아이돌로지’ 편집장인 미묘 음악평론가는 “연예기획사들도 흑인음악이나 힙합 등과의 결합을 통해 음악적 완성도를 올리고 장르의 확장도 꾀하는 ‘다변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대중의 취향도 조금씩 세분되는 양상이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 이제 그럼 빌보드도 파봐야지?”
(다음 회에 계속)
정양환 ray@donga.com·임희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