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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北 그냥 둬선 안돼” 응징론… ‘죽음의 백조’ 한반도 출격

입력 | 2017-06-21 03:00:00

[웜비어 사망]웜비어 억울한 죽음에 분노 확산




‘타도 제국주의’ 문구서 ‘타도’ 가리고 공개한 北 CCTV 화면 북한이 2016년 3월 공개한 평양 양각도 호텔의 폐쇄회로(CC)TV 화면(왼쪽 사진). 북한 측은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그해 1월 1일 새벽 호텔에서 선전구호를 떼는 증거물이라면서 이를 공개했다. 오른쪽 사진은 해당 구호가 걸렸던 곳을 클로즈업한 것으로 북한 측은 ‘타도제국주의로 튼튼히 무장하자’라는 구호 중 ‘타도’ 부분을 가렸다. 인디펜던트 홈페이지 캡처

“(북한 김정은은) 인간이길 거부했다. 정밀 핵폭격을 단행해야 한다.”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23)가 북한에 17개월 동안 억류됐다가 귀환한 지 6일 만인 19일(현지 시간) 사망했다는 가족들의 성명이 발표되자 ‘DIA’라는 이름의 미국 누리꾼은 댓글을 달고 이렇게 규탄했다.

영국 BBC 등 외신들은 웜비어의 원통한 죽음에 미국인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무엇보다 뚜렷한 정치색도 없이 그저 “아시아에 대해 알고 싶다”는 이유로 2015년 연말 3박 4일 일정으로 북한 여행길에 올랐던 그가 사실상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결과가 너무 허망하다는 감정이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의회의 대표적 지한파인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긴급 성명을 내고 “북한은 정기적으로 외국 국민들을 납치하고 12만 명의 자국민을 야만적인 수용소에 수감시키는 정권”이라며 “(웜비어의 비극에도 불구하고) 여행 광고가 너무 많은 사람을 유혹해 북한 여행을 하도록 만든다”고 비판했다. 당장 하원에 발의된 초당적 북한 여행 금지법의 입법화가 강력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헤리티지재단 대북전문가인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CNN에 “웜비어의 사망이 (대북 압박에) 더 큰 행동을 요구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美 전략자산’ B-1B 2대 무력시위 20일 한반도 상공에 출격한 미국 공군의 초음속 전략폭격기 B-1B 2대(위)가 한국 공군의 F-15K 전투기와 함께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훈련을 하고 있다. 공군 제공

이런 가운데 미군은 대표적 전략자산인 전략폭격기 B-1B를 한반도에 전개하고 비행 모습을 공중 촬영해 국내 언론에 배포해 달라고 우리 군 당국에 요청했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미군 전략자산 전개를 축소할 수 있다”는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의 발언이 파장을 낳고 있는 가운데 실시된 이날 비행은 북한과 한국을 동시에 겨냥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군 당국에 따르면 B-1B 2대는 이날 아침 괌 앤더슨 기지에서 출격해 3시간여 만에 한반도 상공에 도착했다. 한국 공군 F-15K 2대와 연합훈련을 했고, 강원도 필승사격장에서 모의폭격 훈련도 진행했다. 한반도에 머문 시간은 2∼3시간가량이다. B-1B가 한반도로 출격한 것은 올해 알려진 것만 이번까지 8번이다.

군 관계자는 “B-1B 출격은 문 특보의 발언이 있기 전에 결정됐다. 오토 웜비어 사망과는 우연히 겹친 것”이라면서도 “미 측에서 문 특보 발언 직후인 지난 주말 갑자기 ‘B-1B 출격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라’는 지침을 주한미군에 내려보낸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미 측이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는 북한과의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널리 알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과 문 특보의 부적절한 발언에 이어 웜비어 사망 사건이란 외부 변수까지 발생하자 청와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북한에 대한 미국 내 여론 악화로 첫 한미 정상회담(29, 30일)을 앞두고 본격적인 남북대화 재개를 모색하는 등 주도적인 북핵 외교를 펼치려던 문재인 정부의 외교 구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웜비어 유가족에게 최대한 조의를 표하되 이번 사건과 별개로 남북대화 재개 움직임은 이어갈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과 비핵화를 위한 남북대화는 별개”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대 압박과 최대 관여’의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여러 방안을 염두에 두고 북한과의 협상을 위한 준비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인찬 hic@donga.com·손효주·문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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