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건 사회부장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법무부와 검찰을 떠난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등 9명과 좌천된 2명의 간부 중 6명이 우 전 수석과 아주 가까웠다. 이 6명은 모두 핵심 요직에 있었다. 박근혜 정부 후반 많은 검사들이 “우병우에게 밉보이면 절대 중요한 자리에 못 간다”고 말했다. 사실이었다.
이런 검찰 인사는 수사를 의심받도록 만들었다. 대표적인 게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과 ‘국정 농단 사건’ 수사다. 청와대 뜻대로 문건 유출에만 초점을 맞춰 비선 실세 최순실의 실체를 가렸고, 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언론의 최순실 보도 이후 최순실을 수사했고, 특검이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한 뒤 이를 수용했다.
검찰의 한 특별수사통 간부는 이렇게 털어놨다. “오래전부터 정치적으로 민감한 수사를 할 때면 법무부 검찰국장의 전화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감 놔라 배 놔라’ 하는데 아니꼬웠지만 내 인사권을 쥔 검찰국장을 무시하지 못했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7∼10월 검찰국장과 160여 차례에 걸쳐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았다. ‘민정수석→검찰국장→검찰 간부·수사 검사’는 역대 정부 청와대의 수사 개입 통로로 많이 활용됐다. 민정수석이 직접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대검차장, 서울중앙지검장 등에게 수사 방향을 전달한 것도 다반사다. 인사권으로 수사권을 흔들었다. 우 전 수석은 변론에서 “대통령 재가를 받고 장관에게 지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어떤 지시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결국 ‘수사 중립’은 ‘인사 독립’에 달려 있다. 문 대통령과 조국 민정수석이 추진하는 ‘법무부의 탈검찰화’만으로는 달성되지 않는다. 지금까지처럼 법무부 장관과 검찰국장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형식적으로 듣되 궁극적으로 청와대의 뜻을 관철하는 인사로는 안 된다. 검사들이 수사를 하면서 청와대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해법은 수사의 최종 책임자인 검찰총장의 실질적 인사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권한엔 책임이 뒤따른다. 검찰총장은 임기와 무관하게 인사나 수사에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그만둬야 한다. 사직(辭職)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수사 개입을 막는 최상의 방책도 된다.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이 규정에 따라 문서로 수사 지휘권을 행사할 경우 따라야 한다. 국회 출석을 법무부 장관에게 위임할 게 아니라 직접 국회에 나가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해야 한다.
이명건 사회부장 gun43@donga.com